문화예술 기부 특례 마련해야

이흥재전주정보영상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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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이 세상을 제대로 돌아가게 하려고 규제를 한다. 그러다가 지나친 규제가 걸림돌이 되면 다시 풀자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규제해서 생기는 사회적 편익이 얼마나 크고, 사회적 비용이 얼마나 되는가 하는 점이 규제 또는 규제완화 문제 해결의 열쇠이다. 편익에서 비용을 뺀 나머지인 순편익이 큰데도 불구하고 계속 규제를 하면 이는 잘못된 것이다.

이러한 규제수단이 오용되거나 과용되는 사례를 기부금제도에서 살펴볼 수 있다. 기부는 행복을 나누는 것이다. 받아서 행복하고 주어서 더 행복을 느끼는 아름다운 행복나눔이다. 그래서 교육이나 사회복지부분에서 널리 이뤄지고 최근에는 문화예술계에서도 활발하게 권장되고 있다.

기부금 징수의 사회적 비용이 다소 문제된다고 해서 편익조차 무시해버리는 제도 인식을 고쳐야 한다. 이는 규제나 규제완화 본래의 취지를 왜곡하는 정책철학이다.

우리 사회에 만연되고 있다고 지탄 받는 이른바 준조세가 원흉이다. 국민과 기업에 부담이 되는 준조세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기부를 제한적으로만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기부를 원천적으로 막아버리게 되는 행정편의주의적인 조치로 전락하고 말았다. 한마디로 정부규제의 순기능조차도 크게 벗어난 조치이다.

문화예술 분야의 기부는 준조세나 부담금이 아니다.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개인이나 기업이 참여하는 자발적인 나눔이다. 더구나 기업들은 마케팅전략의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고 이는 국내외의 흐름이다. 문화예술단체에 기부하면 결국 작품 수준이 높아지고, 입장권 가격을 낮추는데도 기여한다. 기부자들의 이름을 붙인 미술관, 음악당, 도서관 건립에 기여하여 인프라 확충에도 기여한다.

우리나라는 지금 모든 제도의 선진화를 서둘러야 한다. 작지만 강한 나라로 가기 위해 모든 활동 주체가 각자 자리에서 책임 있게 일해야 한다. 정부가 의미를 부여하고 갈래를 타며 방법을 지정하는 규율시대가 아니다. 자율시대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야 한다. 민간의 자율과 자기책임을 함양하는 것이 국가경영의 바람직한 방향이다. 선진국가의 척도라고 할 수 있는 기부금제도에 대한 지나친 규제는 대다수 정직하고 성실한 기부자들을 불신하고 소수 범법자를 보호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따라서 정직하고 성실한 대다수 기부자를 믿고 소수 범법자를 사후적으로 철저하게 적발하여 처벌하는 사후규제방식으로 나아가야 한다.

기부 선진국이랄 수 있는 미국에서는 국민의 98%가 기부에 참여하고 있다고 한다. 기부와 자원봉사가 국가발전의 기반이 되어왔고 앞으로도 더 많은 기대를 가지고 있다. 영국의 경우도 토니 불레어 총리가 지금은 ‘더 주는 시대’(Giving More Age)임을 선포하기에 이르렀고 국가차원에서 기부를 독려하고 있다. 이 모두 다 제도가 편리하게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에 즐겁게 행복을 기부하는 풍토가 조성된 덕택이다.

가뜩이나 기부풍토가 낮은 우리의 경우는 특단의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 국가가 구석구석에까지 재원을 대거나 보전한다면 국가재정 부담이 과중해질 것이다. 특히 문화예술단체에 대한 국가재정 부담이나 보조를 낮추기 위해서라도 단체들의 자율적인 능력을 키워야 한다. 문화예술 기부 특례를 만들어서 기부를 자유롭게 받되 사후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으로 틀을 바꿔야 한다. 실천적인 문화국가의 길은 기부풍토 규제개선과 여건 조성에서 시작하자.

이흥재 전주정보영상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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