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전용기

제임스 마샬 미국 대통령의 전용기 ‘에어포스 원’이 저널리스트로 위장해 잠입한 테러리스트들에 의해 공중 납치된다. 미국의 막강한 군사력도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그러나 마샬 대통령은 테러리스트와의 타협을 단호히 거부한다. 지도자다운 용기와 신념에 찬 고군분투가 돋보인다. 마침내 테러리스트 일당의 소탕에 성공하는데, 이에 내통한 배신자가 대통령 측근인 것으로 밝혀진다. 1997년 개봉된 미국 영화 ‘에어포스 원’의 내용이다. 마샬역으로 해리슨 포드가 열연했다.

‘날으는 백악관’ ‘에어포스 원’은 베이징 올림픽 개막 직전에 서울을 다녀간 부시 미국 대통령이 타고 왔었다. 보잉 VC-25(군용 보잉 747) 기종이다. 길이 70.6m에 높이 19.3m로 승무원 26명을 포함한 탑승 인원이 76명이다. 시속 1천15㎞까지 날수있다. 가격은 약 3억2천500만 달러다. 대공미사일 공격 방어, 적 레이더 교란, 공중급유 등이 가능하다.

청와대가 대통령 전용기 도입을 추진하는 모양이다. 이의 예산편성을 기획재정부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잉사의 보잉 747이나 에어버스의 A380 기종이 검토되고 있는 것 같다.

지금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인원은 40명 밖에 안 되어 먼 나라 방문에는 민항기를 전세내야하기 때문에 새 전용기 도입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러나 현 전용기가 20년 이상 됐기 때문이라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부시가 탄 ‘에어포스 원’도 1990년 제작된 것이다. 18년이나 된다.

흥미로운 것은 여야의 입장 차이다. 대통령 전용기 도입은 노무현 정권에서도 추진된 적이 있다. 지난 2006년 1차로 300억원을 정부 예산안에 편성했다. 그러나 국회에서 당시 야당이던 한나라당이 불요불급한 항목이라며 전액 삭감해버렸다. 그런데 이제 와선 여권에서 전용기 도입이 필요하다고 하고, 야당이 된 민주당은 부정적인 입장으로 뒤바뀌었다. 청와대는 새 전용기를 도입해도 2012년쯤 돼야 하기 때문에 이명박 대통령이 쓸 수 있는 기간은 6개월 정도라고 하는 것 같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 때 추진한 전용기 도입이 실현됐어도 실제로 노 대통령이 쓸 수 있었던 기간 역시 약 6개월 정도밖에 안 된 것이었다. 전용기 도입론은 원칙이 실종된 편의적 논리다.

지지대의 판단은 이렇다. 민생이 말이 아니다. 민생경제는 도탄에 빠진 터에 대통령 전용기 도입은 사치다. 말을 꺼낼 시기가 아니다. 민중정서와 거리가 멀다. 청와대는 아직도 뭘 모르고 있다. /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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