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을 먹어버린 과자의 즐거운 상상

크라운·해태제과와 수원여대 ‘과자나라 앨리스전’ 눈길

얼룩말이 한마리 서있었다. 툭 건드리면 바로 “히이잉”하는 특유의 울음소리를 내뱉으며 달려 나갈듯 근육이 팽팽하다. 그런데 좀 더 가만이 들여다 보니 등에 비스켓 투성이다. 달콤하고 새콤한 냄새까지 반갑다. 아뿔싸! 과자로 만들어진 얼룩말이었다. 초롱초롱한 눈동자도 따지고 보니 사탕이었다. 겨드랑이는 노란 웨하스, 갈기는 갈색 드롭프스, 엉덩이는 쿠키…. 이 녀석뿐만이 아니었다. 그 옆에 말 없이 웅크리고 있는 덩치 큰 코끼리와 아기 코끼리나 언제 어느쪽으로 튈까 궁리하고 있는 원숭이나 두귀를 쫑긋 세우고 있는 다람쥐나 다 과자로 만들어진 친구들이었다. 팔짱을 끼고 서있는 아람드리 떡갈나무도 같은 종이었다.

제과전문 그룹 크라운·해태제과가 수원여대 아동미술과와 손을 잡고 기획한 ’과자나라 앨리스전’이 열리고 있는 서울 용산구 남영동 크라운·해태제과 갤러리 쿠오리아 앞에는 이처럼 과자로 만든 세계를 보기 위해 엄마 손을 잡고 달려온 개구쟁이들로 연일 만원이다. 8월24일까지 열린 이 전시회에선 어린이들이 왕이다.

“아기 코끼리를 만들기 위해 쓰여진 비스켓은 과연 몇개일까요?” “100개요.” “아니요. 1000개요.” “그럴리가 없어요. 한 1억개요.” 도우미 여대생의 질문에 개구쟁이들의 대답들이 빗발친다. 아이들을 따라 나선 엄마들까지 사뭇 진지해진다.

이 전시는 크게 ▲마그리트와 함께 하는 상상의 나라 ▲가우디를 닮은 이동터널 ▲과자숲속나라 ▲과학의 원리와 함게 하는 트럼프성 등으로 나눠 진행됐다. 마그리트는 벨기에 출신 초현실주의 화가이고, 가우디는 스페인 출신 건축가이다. 모두 시각예술로 전환된 과자들은 그래서 시종일관 유혹적이며 매력적이기조차 하다. ‘미술을 먹어버린 과자의 즐거운 상상’이라는 콘셉 자체가 얄미울 정도로 앙증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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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조 예술의 전당 큐레이터는 “흔히 간식의 대상으로 여기는 과자도 그 자체로 조형적”이라며 “비례와 균형, 크기 등을 골고루 간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글=허행윤기자 heohy@kgib.co.kr

사진=전형민기자 hmjeon@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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