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명작발레’ 국내 초연 큰 의의
지난 8월28일 고양아람누리 아람극장에서는 역동적이고 독창적이며 전율적인 무대로 유명한 보스턴발레단의 ‘세기의 명작발레(Three Masterpieces)’가 국내 초연됐다.
3부로 구성된 이날 공연은 전통과 창작 그리고 포스트모더니즘 무용의 진수를 볼 수 있는 자리였다.
육중한 무게감이 느껴지는 커튼이 서서히 오르고 10여명의 단촐한 무용단은 음악을 가장 잘 표현하는 안무가로 유명한 조지 바란신이 안무한 ‘콘체르토 바로코’를 무대의 순결함을 증명이라도 하듯 순백의 영혼으로 표현했다. 8명의 군무와 2명의 솔리스트의 결합은 흡사 한 사람이 10명의 목소리를 내는 듯했다. 3악장 알레그로에서는 빠른 템포의 음악이 무대의 무거움을 벗겨냈고 마치 아침에 분주히 먹이를 찾는 새들의 시선을 따라잡는 듯한 한층 역동적인 안무는 신고전주의적 무용의 이미지가 돋보였다.
2부에서는 창작의 춤공간이 관람객들의 눈을 현혹시켰다.
안무가 크리스토퍼 힐튼의 ‘폴리포니아(Polyphonia)’는 마치 한 편의 희곡을 보는 듯 유머러스하고 낭만적이었다. 무용수들의 몸짓은 이어질 듯 끊어지고 끊어질 듯 이어졌고, 특히 상반신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발레는 하반신을 이용하던 기존의 틀과 완연히 대비되고 주떼(공중에서 다리를 180°펼치는 도약동작)에서 서로 하나되는 장면은 예측불가능한 새로움을 시사했다.
잠시후 서정적인 음악에 맞춘 한 줄기 라이트가 무대를 비추고 마치 거울의 양면을 보는 듯 두 명의 솔리스트의 하모니가 이어졌다. ‘검은 왈츠’라 명명하고픈 몽환적인 분위기는 6명의 무용수가 삼중(三中)의 공간을 계산된 이분법에 의해 나누며 마치 인간 내면을 탐구하는 듯 서서히 관객들의 마음을 꿰뚫었다.
빠른 회전과 고난이도의 기예(技藝)를 펼친 2부에 이어 이날 공연의 하이라이트인 ‘다락방에서(In the Upper Room’가 흥분과 열정의 도가니로 무대를 메웠다. 신비한 아이스드라이스 무대와 마치 천상을 표현한 듯한 조명, 어둡지만 신비스러운 비밀을 보여주는 듯한 커튼 속에서 이리 저리 튀어나오는 무용수들의 무대는 장장 40분의 러닝타임을 1분처럼 느끼게 만들었다.
죄수를 연상시키는 두 명의 여자 무용수는 검은 스트라이프 무늬의 무용복에 빨간색 토슈즈를 신고 스트레칭을 하고 킥을 날리는등 가히 전위적인 무대를 연출했다. 요가나 조깅에서 안무의 모티브를 얻었다는 ‘다락방에서’는 보는 이도 흥겹지만 춤추는 이들의 얼굴 또한 막 운동을 끝마치고 나온 선수마냥 엔돌핀이 넘쳐난다.
뛰어난 무대, 현란한 연출, 화려한 음악, 현대발레의 진수…. 이루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훌륭한 무대였지만 아쉬움은 남았다. 특히 3부의 ‘다락방에서’는 남자 무용수가 여자 무용수를 리프트하면서 음악적 타이밍을 염두에 둔 나머지 호흡이 잘 맞지 않아 실수하는 등 서툰 솜씨와 관람객들이 피아노 연주 때 자리를 이동, 연주에 방해가 된 점은 성숙한 공연문화를 만드는데 더욱 신경써야 할 부분이었다.
/권소영기자 ksy@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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