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

임병호 논설위원 bhl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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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정권 때 출범해 노무현 정권 때도 순항했던 국가인권위원회가 있으나마나 한 처지에 놓였다. 정부 부처들을 상대로 낸 각종 권고 등 결정 사항들이 제 목소리를 못내기 때문이다. 인권위의 권고 등이 모두 적법하다 할 순 없지만 무대응으로 일관하려는 정부의 태도는 옳지 않다.

예컨대 인권위가 지난 6월 ‘공직자윤리법 개정안’과 ‘2008 공직윤리업무지침’에 대해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일부 조항을 개정할 것을 권고했다. 공직자 재산 등록시 출가한 여성은 제외토록 한 공직자윤리법 규정과, 여성 고위공직자 등에 대해서만 시부모의 재산을 등록하도록 한 공직윤리업무지침 내용이 양성평등 원칙에서 벗어난다는 지적이었다.

그러나 행안부는 지난달 29일 인권위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고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인권위가 ‘국가인권위원회법’에 의거해 행안부 행태를 ‘권고 불수용’으로 간주하고 이를 대외적으로 공표키로 했지만 인권위 대응은 아무런 제재 효력이 없다.

지난 5월엔 이주노동자 노조위원장 등에 대한 표적 조사 여부와 관련, 인권위 조사가 완료될 때까지 강제퇴거조치를 유예하라고 법무부측에 ‘긴급구제’를 권고했다.

하지만 법무부는 “이미 절차가 진행중이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국가공권력 집행을 중단할 수 없었다”며 인권위의 조사권을 외면했다.

이런 현상은 인권위와 이명박 정부가 ‘생리적’으로 맞지 않는 데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기관 속성상 진보적일 수밖에 없는 인권위의 조치들을 야당시절 강력하게 비판해 온 여권이 이념이나 지향점에서 차이가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인권위는 이명박 정권 출범 때 대통령 직속기구로 개편될뻔 했다가 민주당이 필사적으로 반대하여 ‘독립기관’으로 살아 남았다.

문제는 인권위와 정부와의 불협화음이 계속될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인권위가 제 역할을 못하면 존립할 필요가 없다. 인권위는 각종 사항을 신중히 결정하고, 정부도 인권위의 권고에 대한 가부·찬반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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