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종부세 인가?

종부세로 약칭되는 종합부동산세가 한나라당의 뜨거운 감자가 됐다. 이명박 정부가 제출하는 과세기준 완화의 종합부동산세법 개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킬 수도, 안통과 시킬 수도 없기 때문이다.

언론에서도 논의가 분분하다. 정부안을 찬성하는 말도 있고, 반대하는 말도 있다. 중간도 있다. 지금은 시기가 아니라고 하고, 경제 활성화에 초점을 맞춰 검토해야 한다는 점잖은 말도 있다.

여기서는 반대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종부세법 개정으로 큰 득을 보는 사람들이 추진하는 법 개정은 윤리성을 상실하기 때문이다. 과세 대상을 6억원에서 9억원으로 한다는 것 등이 골자다. 이렇게 되면 이명박 대통령은 내년에 3천350만원이던 종부세가 810만원으로 줄어 2천540만원을 득본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단독주택의 공시가격이 30억원인 것을 기준해서 이렇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종부세법 개정에 총대를 맨 주역이다. 그는 1천600만원이던 종부세가 260만원으로 줄어 1천340만원의 득을 본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아파트의 공시가격이 20억원인 것을 기준해 산정된 금액이다. 내친김에 더 보면 차관급 이상 공직자와 국회의원 중 과세대상자 190명 가운데 58명(31%)이 면제되고 132명(69%)은 감액된다.

더 이상 따질 게 없다. 종부세법 개정에 그 어떤 말을 찍어다 붙여도 이런 법 개정은 사회정서에 합치된다 할 수가 없다. “종부세는 결국은 폐지돼야 한다”는 것이 강만수 장관의 말이다. 당장 폐지하고 싶지만 차마 그러진 못하고 일단은 완화한다는 게 그의 속내다.

종부세가 징벌성이란 것은 틀린 말이 아니다. 남달리 ‘고대광실’ 같은 집에 사니까 세금을 특별히 더 내라는 것이다. 개정의 이유로 이 징벌성을 문제 삼는다. 조세원칙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그럴싸 하지만, 조세정의 또한 간과해서는 안된다. 여기서는 조세정의에 무게를 더 둔다.

가진자들의 얘기니까 안가진 사람은 이렇든 저렇든 상관할 바가 아니란 것은 당치않다. 종부세를 작살내고 나면 재산세가 올라간다. ‘고대광실’의 종부세를 덜어주는 세수 결함으로 인해 ‘똥집’ 같은 집일 지라도 재산세를 올려서 충당해야 하는 것이다. 재산세 인상률을 약 25%로 내다보는 눈들이 많다.

종부세 과세대상이 10만명에 1%라고도 하고 2%라고도 한다. 이들은 징벌성 과세에 내는 돈이 아깝겠지만, 아까워도 괜찮으니 제발 나도 종부세를 내는 처지가 돼봤으면 좋겠다는 것이 서민층 감정이다.

종부세 내는 부자들이 감세되어 돈을 풀면 서민경제에 그 영향이 미쳐 좋아진다면서 이를 ‘혜택’이라고 정부는 표현한다. 같은 말을 해도 참 듣기 거북하게 하는 게 그게 무슨 얼어죽을 ‘혜택’이냐는 것이다. 또 경기가 되살아 난다고도 한다. 믿을 게 못되지만, 묻고 싶은 건 부자들 돈을 풀게하고, 경기를 살리는 방법이 꼭 종부세를 뜯어 고쳐야만 하느냐는 것이다. 이미 상속세를 비롯한 많은 감세정책이 이뤄졌다. 그것도 모자라 한술 더 뜨는 것은 ‘부익부 빈익빈’의 조장이다.

조선 왕실에 ‘궁차징세법’이란 것이 있었다. 궁가에서 파견하는 관원으로 궁차란 직함이 있었는데, 이들이 장토의 소작 관계에 소작료를 징수해 올리는 과정에 부정이 심했다. 이래서 ‘궁차징세법’을 폐지한 것이 22대 왕 정조다. 백성을 위해 궁차의 횡포를 없앴을 뿐만이 아니라 왕실의 기득권마저 없앤 것이다. 왕권시대의 임금도 국가 지도자로서의 이런 윤리성을 보였다.

하물며 대통령이 되어 자신의 종부세를 깎는 입법 추진을 서슴치 않는 것은 ‘강부자 내각’의 평판을 들어 마땅하다. 설령 개인의 이해 관계를 떠난 어떤 신념이라 할지라도, 국민사회의 오해를 살 일은 피해 다른 방법을 찾는 것이 제대로 된 지도자의 품격이라 할 것이다.

역시 종부세법 개정으로 큰 득을 보는 강만수 주무부처 장관은 국회에 가서도 큰 소리 치는 것이 오히려 국회의원이 잘못하면 주눅이 들 정도다. 당초엔 기획재정부 세제실에서도 종부세 완화에 이의가 없지 않았던 것을 강 장관의 일갈로 잠재워 실무 작업이 이뤄졌던 것이다. 외환시장에 개입, 150억 달러의 정부보유액을 축내고도 시장 안정을 성공시키지 못한 그다. 그러한 그가 드러내는 두둑한 배짱은 모종으로 연관된 대통령의 절대적 신임이 배경인 것은 두 말할 것이 없다.

한나라당이 대통령을 업은 장관의 저돌적 공격에 밀려 거수기 노릇을 할 것인지, 아니면 대통령에게 직접 고해 설득할 것인지는 더 두고 볼 일이다. 당정협의란, 이미 형화화돼 무력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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