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차이나타운

한국인 보다 더 한국적인 화교들의 삶 아직도 더 많은 애정과 관심이 시급

아마 이곳만큼 붉은색이 겸손한 공간이 또 있을까. 중국인들이 제일 좋아한다는 이 색채는 좀 도도하고 거만했다. 적어도 다른 곳에선 그렇다는 얘기다. 더구나 바로 코 앞으로는 거대한 맘모스 같은 화물선들이 잔뜩 웅크린 채 앉아 있는 항구도 내려다 보인다. 인천시 중구 북성동과 선린동에 위치한 차이나타운. “국내에선 유일한 중국인 거리인만큼 그 수려한 붉은색에 대한 자존심도 대단하지 않을까”라는 염려도 이곳에선 걱정 뚝이다. 그렇다고 푸른색이나 노란색, 초록색, 흰색 등 여늬 색깔들에 비해 주눅이 들거나 결코 초라하지도 않다. 참 대단한 조화다.

한자로 ‘중화가(中華街)’라고 적힌 패루(牌樓:예전 큰 거리 등지에 가로 질러 세웠던 문)도 어색하지 않긴 마찬가지다. 그 문 아래를 지나 2부 정도의 오르막길을 걸으면, 왼켠과 오른켠으로 돼지기름 냄새를 풍기는 음식점들이 분주하게 이방인들을 맞는다. 일제강점기까지 뭇사람들의 입에 오르 내렸던 ‘청관(淸館)’이란 어휘들도 이곳에서 새롭게 되살아나고 있다. 자유공원으로 올라가는 길목에는 나관중의 ’삼국지’에 나오는 ‘적벽대전’ 등의 장면들이 그려진 벽들도 눈길을 끈다. 중국풍의 건축양식으로 건립된 한중문화센터와 북성동 주민센터도 눈길을 끈다. 현재 차이나타운에서 영업중인 음식점 등은 줄잡아 40곳 정도. 국적이 대부분 대만인 화교들로 구성된 주민도 400~500명. 한국의 한복판에서 당당히 기지개를 켜고 있는 ‘중국’이 가을을 맞고 있다.

◇“더 많은 관심과 애정이 필요합니다”

차이나타운 중심에 자리잡은 중국 음식점 ‘연경(燕京)’의 장췬위(張君瑜) 대표는 올해가 환갑이지만 청년의 분위기가 풍긴다. 장 대표는 하지만 요즘 화교들에 대한 우리 정부의 정책에 대해선 할 말이 많다. “이 땅에 살고있는 화교들은 엄연히 대한민국 사람들입니다. 국적만 다를뿐, 이곳에서 출생해 자랐고 친구들도 다 한국인들입니다. 그런데 저희들에 대한 한국 정부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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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싸늘합니다.” 어디서부터 잘못 꼬였을까. “누구 탓할 시기는 이미 지났습니다. 많은 관심과 사랑이 필요할뿐입니다.” 수원에서 태어났지만 강원도 원주에서 가업인 중국음식점을 이어받아 운영해온 그는 최근 이곳으로 일터를 옮겼다.

글 허행윤기자 heohy@kgib.co.kr

사진 장용준기자 jyjun@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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