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감한 관객¶글. 경기도문화의전당 사장 박인건¶¶처음 서양식 레스토랑에 갔던 기억을 떠올려 보면, 나이프는 오른손, 포크는 왼손을 사용한다는 기본상식을 미리 알고 갔던 전력이 있을 게다. 공연관람을 위해 공연장을 찾을 때도 이처럼 기본예절을 사전에 알고 갈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식을 알아 두지 않아 주변 사람이나 공연 관계자를 당혹스럽게 하는 일이 종종 있는 것이 우리 공연문화계의 현주소다.
클래식연주회의 경우 연주 레퍼토리를 확인하고 그 곡의 작곡가에 대한 정보와 함께 어떤 시대에 무슨 내용을 가지고 음악적인 표현을 했느냐는 점과 연주단에 대해서도 경력과 기량에 대한 정보를 알고 연주를 접하게 되면 이해의 폭이 넓어질 뿐 아니라 더 큰 감흥을 얻게 된다. 또한 악장과 악장사이에 박수를 치는 것은 연주자에 대한 실례이므로 한 곡이 완전히 끝났을 때 박수를 보내야하는 상식정도는 알아둬야 한다. 뮤지컬이나 오페라, 연극 역시 작품의 줄거리 정도를 체크하는 노력만 기울여도 훨씬 많은 재미가 있다.
예컨대 차이코프스키 작품 중 최고의 걸작으로 꼽히는 교향곡 6번 ‘비창’의 경우 4악장 말미에 목관악기 바순이 8박자를 조용히 끝내면서 청중들에게도 무언가를 생각할 시간을 갖기를 원하지만 8박자가 채 끝나기 전에 박수를 치며 ‘앙코르’까지 외치는 관객이 있다. ‘비창’은 제목에서 주는 느낌에서도 그러하거니와 슬픔을 생각할 수 있도록 ‘앙코르’를 하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사전준비가 없었던 관객이 할 수 있는 용감한 행동이다.
공연장은 서비스업으로 안내도우미들이 관람객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해 보다 편안하게 공연을 관람하고 즐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용감한 관객으로 인해 애태우는 경우가 다반사인데 필자가 근무했던 서울의 몇몇 공연장과 우리 공연장의 사례만 봐도 시대의 흐름만 조금 변했을 뿐 척박한 객석문화수준이 여전함을 느낄 수 있다.
안내도우미들의 눈에 비춰진 워스트(worst) 관객 사례를 살펴보면,
첫 번째, 과거에는 호출기, 요즘 들어서는 휴대폰을 꺼달라는 안내방송을 무시하고 요란하게 벨소리를 자랑하거나 더불어 몰래 카메라를 소지하고 입장해 플래시까지 터트리며 객석의 분위기를 어수선하게 만드는 용감한 관객.
두 번째, 공연 중간 입장이 불가능한 상항임에도 고위층을 사칭하거나 막무가내로 들여보내 달라고 협박하는 관객.
세 번째, 티켓 구매 숫자보다 더 많은 인원을 입장시켜달라며 떼를 쓰거나 잠시 화장실에 다녀온 것이라 우기며 무임입장을 하려는 용감한 관객.
네 번째, 공연장 내 음식물 반입 금지사항을 무시하고 음식물을 갖고 입장하거나, 몰래 가지고 들어간 후 공연 중 음식을 먹으며 주변에 불편함을 끼치는 관객.
다섯 번째, 만 7세 이하 어린이 입장불가 규정에 항변하며 자신의 아이는 특별히 영특해서 절대 울거나 방해되지 않는다고 우기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절되면 공연 중 차를 빼달라는 방송을 요구하는 관객.
여섯 번째, 초대권을 소지하고 와서는 공연은 뒷전이고 좌석이 나쁘다는 등을 이유로 초대권을 현찰로 바꿔달라고 조르는 관객.
마지막으로 껌을 씹으며 반바지에 슬리퍼 차림으로 공연장을 찾거나 술을 먹고 와 앞좌석 등받이에 발을 올려놓고 코골며 자는 관객 등이 워스트(worst) 관객으로 꼽혔다.
이런 용감한 관객의 모습이 자취를 감추고 공연 종료 후 수고해준 안내도우미들에게 따뜻한 인사 한마디 나눌 수 있을 때 우리 공연문화는 한 층 성숙해 질 것이다.
박인건 경기도문화의전당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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