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부문 사업비의 헤픈 씀씀이가 여전하다. 공기업에서 추진하는 공공건설 사업비가 최초 계획에 비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등 방만한 운영으로 국민의 혈세가 새고 있다는 지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7일 대한주택공사 국정감사에서도 한나라당 유정복 의원(김포)은 주공이 공공건설사업의 잦은 설계변경으로 사업비가 당초보다 엄청나게 늘어났다고 질타했다.
지난 2005년 12월 착공 후 올 6월 준공된 남양주 가운아파트 건설공사는 20번이나 설계를 바꿔 104억1천만원의 추가 공사비를 지출했다. 또 지난 2005년 11월에 시작한 성남판교·분당~내곡 간 도로이설 공사는 설계를 7회 변경, 당초 845억원으로 예정했던 사업비가 1천364억원으로 늘어났다. 이처럼 주공이 2005년부터 2007년까지 추진한 각종 사업의 설계변경은 981회로 1조1천375억원이 추가로 지출됐다. 혈세낭비다. 그래도 문책당한 사람은 아직 없다.
공공건설사업 예산이 중간단계에서 계속 늘어나는 가장 큰 이유는 기획 단계의 부실 때문이다. 처음 기획이 잘 됐는데 이렇게 사업비가 늘어났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기획에 결정적인 잘못이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물론 설계변경이 불가피할 때도 있을 것이다. 사업기간 중 물가가 오르고, 건설 공법도 바뀌기 때문에 사업비가 늘어날 수 있다. 그러나 근본적인 원인은 예상치 못한 돌발 변수들 때문이라기보다는 공공사업에 대한 관리가 아직까지 크게 미흡하기 때문에 이 같은 일이 벌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 예산 공사라고 해서 합리적인 산정없이 주먹구구식으로 기획한 공기업 종사자들의 고질적인 폐습의 결과다. 설계변경이 한두 번도 아니고, 3회 이상이 384건, 5회 이상도 171건이나 되는 자료가 이를 방증한다.
이같이 잦은 설계변경은 공기(工期)지연은 물론 설계를 계속 변경하는 과정에서 비리가 있을 수도 있다. 문제는 연례행사 처럼 되풀이되는 지적과 질타에도 설계 바꾸기 구태가 시정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때문에 앞으론 책임을 물어야 한다. 합당한 이유 없이 실제 사업비가 초기 예상 사업비보다 지나치게 늘어나는 경우엔 사업추진 공기업에 책임을 묻는 체제가 필요하다. 엄중 문책함으로써 예산을 낭비하는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