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셰익스피어의 아해들 ‘햄릿’

교도소라는 다소 억압적인 공간에 예술의 씨앗이 뿌려지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교정학의 변모를 보여주는 것으로 색다른 시도로 평가받고 있다.

아시아교정포럼이 인문학 주간을 맞아 지난 10일 여주교도소에 ‘셰익스피어의 아해들’을 초청, 영어 연극으로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무대에 올렸다.

인간의 욕망과 복수, 죽음 등 인간의 본질적인 감성을 자극하는 이 연극은 재소자들 스스로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한다.

극은 1천여명의 재소자들을 한 데 모아놓은 탓에 다소 산만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으나, 햄릿이 자신의 운명에 저주를 퍼붓는 장면이라든가 고뇌에 휩싸인 장면을 바라보는 재소자들의 시선은 자못 진지했다.

아시아교정포럼 이백철 대표는 “교정 프로그램의 목표는 재소자들에게 (교도서의) 벽안과 밖의 차이를 없애주는 데 있다”며 “예술 공연을 통해 재소자 스스로가 일반인들과 다를바 없이 문화생활을 향유할 수 있음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교도소에서 즐기는 예술은 교도소라는 공간을 단순한 통제의 공간으로써가 아니라 자유라는 교도소 밖 생활과 동일시 시켜주는 소통의 끈인 셈이다.

문화는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움직일 수 있게 하는 힘이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공연이었다.

이처럼 교정학과 인문학의 새로운 접목은 재소자들 마음속에 자생하는 문화적 감수성을 바탕으로 적대적인 공기 속에서도 우애적인 산소를 찾을 수 있는 가능성을 만들어 주고 있다.

/윤철원기자 ycw@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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