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도 연극처럼? 스토리가 있는 전시장

미술도 연극이 될 수 있을까. 연극의 특징 중 하나는 ‘스토리텔링’이다. 연극은 하나의 이야깃거리를 갖고 풀어내며 결말에 도달한다. 전시장을 연극 무대처럼 꾸미고 이야기를 만드는 조각가 천성명(38·수원시 팔달구). 그는 정오부터 숲을 헤매다 지독한 상처를 입고 자아와 대면한 소년이 저녁부터 새벽까지 겪게 되는 이야기를 담았다.

주인공은 작가 자신이다. 혹은 관람자의 분신이 투여된 것일 수도 있다. 이야기는 1층 전시실과 지하를 관통하며 펼쳐진다.

1층 공간은 벽을 향해 서서 거울 속 자신을 들여다보는 소년(작가 자신의 모습)과 가슴팍이 휑하니 파헤쳐진 소년이 들개들에게 둘러 싸여 있는 장면을 연출했다. 지하에는 소년의 외로움과 고민에 방관했던 새를 삼킨 소년이 불끈 쥔 주먹에 칼과 죽은 새를 들고 있는 장면을 연출했다. 그러나 희망의 메시지는 어디에나 있는 법. 대나무숲에 홀로 선 소년과 등불을 들고 있는 소녀들이 환한 모습을 하고 있다.

위태로운 의자에 올라가 있는 소년들은 자칫 떨어질 것 같은 위험을 안고 있는데서 미래에 대한 불투명함을 암시한다.

잘 만들어진 영화는 속편을 만든다. 천성명은 ‘정체성찾기’란 주제로 이미 총3부의 속편을 계획했다. 이번 전시는 그 중 1부의 대미다. 개인전 ‘광대, 별을 따다’(2000년 갤러리 보다), ‘길을 묻다’(2002년 금호미술관), ‘달빛 아래 서성이다’(2005년 갤러리 상), ‘그림자를 삼키다’(2007년 갤러리 선 컨템포러리) 등의 과정을 거쳐 그만의 결실을 맺은 것.

이를 총체적으로 갈무리한 전시가 ‘그림자를 삼키다’란 주제로 지난 10일부터 다음달 16일까지 파주 헤이리 아트밸리에 위치한 갤러리 터치아트에서 열린다. 문의 (031)949-9437

/이형복기자 bok@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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