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YS), 김대중(DJ) 전 대통령은 정적이면서 친구 사이다. 전두환 정권의 5공 땐 민주화추진협의회(민추협)의 공동의장을 지냈다.
한나라당 김무성 안경률 의원 등, 민주당의 박광태 광주시장 이석현 의원 등은 민추협 출신이다. 이들 10여명이 지난 7월부터 친목 성격의 월례 모임을 갖고 있다. 상도동(YS)계, 동교동(DJ)계로 불리웠던 사람들이다. 그러나 “이젠 그같은 구분은 의미가 없다”고들 말한다.
그런데 민추협 출신의 이들이 YS·DJ의 화해를 적극 주선하는 모양이다. ‘지역감정 극복과 국민통합을 위해 필요하다’는 인식을 공감한다는 것이다.
YS와 DJ는 박정희 정권 때인 3공 시절부터 경쟁의 관계였다. 당시 제일 야당인 신민당 대통령 후보로 두 사람은 40대 기수론을 표방한 당내 경선이 치열했다. 경선은 DJ가 역전승을 거뒀으나 본선에서 패배했다. 세월이 흘러 민추협 공동의장을 지낸 뒤엔 YS·DJ 순으로 대통령을 지냈다.
두 사람은 지금 사이가 좋은 것도 아니고 나쁜 것도 아니지만, 썩 좋은 것은 아니다. 근 50년 지기(知己)의 친구로서 갖는 정보다는 정적이었던 앙금이 더 깊다. 얼마전 YS가 부친상을 당했을 때도 DJ는 전화 문상만 하고 마산의 빈소 문상은 가지 않았다. DJ의 전화 문상은 건강을 이유로 들었으나, 외국 나들이를 한 미국보단 마산은 지근 거리라고 보는 것이 객관적 시각이다.
문상 말이 나왔으니까 말인 데 노무현 전 대통령도 문상을 가지 않았다. 대통령 후보로 나섰을 때는 과거에 YS가 사준 팔목시계를 차고 상도동을 찾더니, 대통령을 지내고 나서는 그가 살고 있는 김해와 마산은 지척간인 데도 가지 않았다. “내가 노무현을(정치인으로) 픽업했다”는 것은 YS의 말이다.
조지 HW 부시와 빌 클린턴 두 미국 전 대통령이 허리케인으로 폐허가 된 텍사스주의 어느 마을을 돕기위해 함께 나란히 찾은 것이 지난 14일이다. 아버지 부시는 클린턴에게 대선에서 패배를 당하고, 클린턴은 패배를 안겨준 사이인 데도 두 전직 대통령은 국민을 위해 힘을 합치고 있다.
YS·DJ 두 전직 대통령도 그와 같은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주면 좋겠다. 민추협 출신들의 화해 노력을 눈 여겨 두고 보는 이유다.
/임양은 주필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