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국토관리청, 불신만 초래

강영호 <하남 주재 차장> webmaster@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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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춘천 간 고속도로 1공구(하남시 선동~남양주시 와부읍)에 건설 중인 28번째 한강교량의 명칭이 지난 13일 ‘미사대교’로 최종 결정됐다. 그러나 서울국토관리청이 신설 교량의 명칭을 정할 때 갖는 법령 또는 당위성 등 원칙을 무시하고 하남시와 남양주시의 눈치보기에만 급급, 해당 지자체간의 깊은 상처의 골(?)만 남긴 것 같아 뒷맛은 개운치 않다.

서울국토관리청 서울~춘천간 고속도로 시설물명선정위원회는 이날 3차례에 걸친 마라톤 회의를 거듭, 이 구간에 건설 중인 한강 교량의 명칭을 하남시가 제출한 ‘미사대교(1.53㎞·왕복 6차선)’를 표결(6:4)에 붙혀 이같이 결정했다.

앞서 하남시는 ‘미사대교’로, 남양주시는 ‘덕소대교’로 불러야 한다며 1년 이상 대립해 왔다.

이에 시설물명선정위원회는 두 지자체간 의견이 팽팽히 맞서자 위원장이 “‘아리수대교’ 등 제3의 명칭 중 하나를 택일하라”며 얼토당토 않는 중재안을 제시, 두 지자체간의 불신만 키웠다.

교량명칭이 미사대교로 선정되야 하는 당위성은 한 두개가 아니었다. 이 신설 다리는 한강을 포함 교량 총 연장(1.53㎞)의 81%가 하남시 행정구역에 위치한데다 교량시점부의 나들목(IC)도 미사 나들목으로 명칭돼 있다. 관련법에도 동서축 교량의 경우 서쪽 지자체에서, 남북축 교량의 경우 남쪽 지자체에서 관리하도록 하고 있으며 강동과 천호, 잠실, 반포, 영동대교 등 기존 한강대교 대부분도 이런 기준에 따라 선정됐다.

그럼에도 시설물명선정위원회의 어정쩡한 행보로 인해 두 지자체장과 관련 공무원들은 한 달여 이상 표결결정에 앞서 위원 9명을 찾아다니며 자신들의 당위성을 설명하는 등의 행정력 낭비를 초래케 했다.

당서(唐書)의 배도전(裵度傳)에 일승일패 병가지상사(一勝一敗 兵家之常事)란 말이 있다. 한번 이겼다고 우쭐해서도 안되고 또 패했다고 해서 낙담해서도 안된다는 뜻이다.

하지만 두 번의 실수는 실수가 아니다. 서울국토관리청이 되새겨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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