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란 보름달을 품은 매화. 우주를 향해 비상하는 학. 복숭아 꽃이 가득한 가운데 하냥 작게만 그려진 기린.
볕 좋은 날 호수를 감싼 수원 만석공원이나 수원천변을 거닐다 보면 화가들이 즐겨쓰는 모자를 쓰고 연신 아크릴 물감을 푸는 노작가를 만날 수 있다. 올해 85세의 김학두(수원시 영통구 매탄2동) 화백이다. 40여년 교직생활을 마치고 현재도 왕성한 미술창작에 여념이 없다.
그는 지역에서 열리는 전시장을 찾아 후배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고령에도 불구하고 열성으로 작품을 감상하고 자신 또한 자유로운 작품세계를 맘껏 펼치고 있다.
김 화백은 지난 14일부터 20일까지 수원미술전시관에서 ‘김학두 85세 미전’을 열었다. 꽃과 나무, 각종 새들과 어우러진 사람들이 화폭을 장식했다.
그러나 그의 그림은 단순한 풍경화가 아니다. 오랜 화업이 켜켜이 쌓여 만든 그만의 세계다.
김성호 미술평론가는 ‘마음의 눈으로 그리는 상상정경’이란 글에서 “내면을 주시하는 ‘마음의 눈’에 훈련된 화가는 시시각각 변하는 자연의 본질을 통찰하는 능력을 지녔다”며 “그의 자연은 현실에 기반한 채 불러들이는 초현실, 비현실의 세계”라고 평했다.
1층 전시장을 가득 채운 200여점의 그림은 현실계와 상상계를 접목한 작품을 선보였다. 매화와 감이 화면을 점령하고, 진달래와 홍매가 사이좋게 등장했다. 흰 매화와 노란꽃도 서정적이면서 동심을 불러일으킬 만큼 정겹게 그렸다.
‘꿈꾸는 어린 왕자’란 별칭의 김학두 화백은 밝고 맑은 색채로 원근법을 해체하거나 시점을 분해한 작품을 주로 선보였다. 자신의 작품을 설명할 때면 평화와 동심, 자연, 사랑과 같은 단어를 써가며 자연과 하나되는 것이 진정한 인간의 이상이라 말한다.
김 화백은 “실물의 느낌을 순수하고 기쁜 마음으로 물감놀이하듯 그린다”며 “미술이란 올바른 정신세계를 아름다운 기법으로 표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전시에서 ‘수원 미래상’이란 작품을 수원시에 기증했다. 팔달문과 학, 미술관 등이 소재로 등장하는 이 작품은 시민들이 좀더 여유를 갖고 살기를 꿈꾸는 김 화백의 바람이 담겨 있다.
/이형복기자 bok@kgib.co.kr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