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2인조 밴드 나무자전거(강인봉, 김형섭)는 3년 만에 2집을 내면서 꽤 고민했다. 디지털 음악 시장이 대세이니 CD로 음반을 내야할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그러다 "우리 스스로 음악을 천대하면 안된다. 우리가 음악을 아껴야 대중도 아낀다"는 생각에 CD로 결정했다.
이렇듯 전반적으로 음악하는 사람들이 자조적인 상황이 됐다. 요즘은 창작자들부터 "에이~ 재미없잖아"라며 작품성보다 튀고 자극적인, 흥미 위주의 음악에 귀 기울인다. 40초 휴대전화 연결음과 노래방에서 한두달 부르기 좋은 노래가 '좋은 노래', '성공 예비작'이 된 게 현실이다.
"음악하는 사람들 자체가 잘못됐어요. 대중은 이것도 저것도 좋아하는데,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음악보다 간지러운 음악으로 짧은 시간에 승부보려고 하죠."
나무자전거의 기반인 포크 시장이 마이너리그에서 명맥만 유지하는 상황도 신경쓰이는 대목이었다.
강인봉은 "우리 음악은 포크에 록적인 요소가 가미됐다"며 "굳이 말하면 어쿠스틱 사운드를 기반으로 한 네오 포크인데 1970년대 통기타 음악은 결코 아니다. 요즘은 영화도 한 장르로 구분 못하는 것처럼 음악도 마찬가지다. 음악의 장르 구분도 음반 매장에서 CD 진열의 편의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1990년대에는 인터뷰에서 논할 거리도 안 될 'CD로 신곡을 발표한 이유'에 대해 나무자전거는 많은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적극적으로 우리의 활동에 참여하는 분들이 대중이라고 속고 있었어요. 크고 작은 무대에서 발로 뛰면서 저변에 노래 팬들이 많다는 걸 알았죠. 이들은 CD를 열심히 사지도 않고 공연도 어쩌다 한번 오는 분들이지만 우리 음악의 '베이스'였어요. 팬클럽에 가입하고 홈페이지에서 활동하는 분들은 든든한 후원자이지만 우리 음악의 토대는 침묵하는 다수였어요."(김형섭)
수록곡은 이들의 생각이 곱게 빻아져 골고루 뿌려져 있다.
첫 트랙 '비천분교'는 시골 분교의 고즈넉함을 옮겨놓은 연주곡이다. 강원도 분교에서 열린 산골음악회 때 처음 음악을 시작할 시절의 순수함, 음악하는 자체의 즐거움을 발견하고 당시 대기실에서 쓴 곡이다.
고(故) 천상병 시인의 유작 시를 노래로 만든 '나의 가난은'에서는 전제덕의 하모니카 연주가 어우러지며 포크의 감성이 더욱 살아났다.
강인봉은 "2005년 10월 천상병 시인 추모음악제에 출연하며 작곡 제안을 받았다"며 "주최측에서 시집을 보내주며 자유롭게 시를 선정하라는데 읽을수록 시의 무게가 쌓여 고르기 힘들었다. 태어나서 시를 열심히 읽은 것은 처음이다. 가사의 느낌을 살려야해 어려웠다"고 말했다.
산울림의 김창완이 선물해 준 두 곡 '내가 갖고 싶은 것'과 '결혼하자'도 수작이다. 김창완 특유의 멜로디 라인이 살아있어 음반 전체를 듣다보면 '이 곡이구나'라는 느낌이 온다.
김형섭은 "선배님이 아침 방송을 끝내고 나오시길래 '좋은 곡 좀 달라'고 말씀드렸는데 '결혼하자'를 즉석에서 들려주셨다"며 "'언제 집으로 들르라'고 하셨고 댁에서 술을 한잔 하며 '술 김'에 두곡을 선뜻 선물해주셨다"고 웃었다.
그러자 강인봉은 "'결혼하자'는 언뜻 들으면 '작업가'처럼 들리지만 선배님은 돈이 없고 힘들어 결혼 못하는 젊은이들이 안타까워 쓴 가난한 연인을 위한 노래라고 하셨다"며 "각 분야의 천재들이 있지만 선배님은 천재 중 한명"이라고 고마워했다. 두 멤버는 대가없이 창작물을 꺼내주신 선배를 위해 기타를 선물했다.
타이틀곡 '내가 사랑해'는 서영은이 피처링한 일렉트로닉 버전과 두 멤버가 부른 어쿠스틱 버전으로 나눠 수록한 발라드 넘버, 처절하게 슬퍼지고 싶어 만든 곡 '시클라멘(Cyclamen)', '무반주' 등의 노래에서는 드럼을 빼고 기타와 어쿠스틱 피아노를 최대한 활용했다.
두 멤버는 "2005년 1집을 들어보면 송봉주와 함께 했던 자전거탄풍경 시절의 노래를 둘이서 부르려고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며 "2집은 진짜 나무자전거로 우뚝 선 음반"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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