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봉 문학비

임병호 논설위원 bhl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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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대 초반엔 수원(水原)에 문단이 없었다. 일본강점기 및 광복 직후엔 홍사용·최영주·홍난파·나혜석·박팔양·박승극·김수환·이희영 등이 수원지방 출신으로 활동했었다. 20여년의 공백기를 거쳐 1963년을 전후해 당시 대학생들이었던 오영일·김윤겸·문백희 등이 주축이 된 아마추어 동인회 ‘서호림’ ‘에뜨랑제’와 1965년 임병호가 주재한 전국 규모의 詩 동인 전문지 ‘화홍시단’이 결성됐다. ‘서호림’과 ‘에뜨랑제’는 곧 활동을 중지했으나 ‘화홍시단’은 1966년 창간호를 낸 이래 1983년까지 동인지를 발간했다.

한국문인협회 수원지부는 1966년 4월 창립됐는데 당시 멤버는 수필가 안익승, 시인 임병호·김석희 등 3인이었다. 소설가 김광주·김영희 등이 수원 출신이었지만 이들은 수원을 떠나 주로 서울에서 활동한 까닭에 수원문학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지는 못하였다.

문협 수원지부 초대 지부장 안익승은 창립 후 백일장·시화전 등을 비롯, 윤석중·어효선·김동리·백철·양명문·손소희·안수길·김남조·정창범·허근욱·조연현·이형기 등을 초청, 문학강연회를 열어 지역에 문학의 향기를 불어 넣었다. - ‘수원시사·하’.

요즘 수원문협 회장으로 17년, 수원예총 회장으로 7년 간 봉사한 백봉(白峯) 안익승(安益承·1920~2001.4.25) 선생의 문학비를 화성시 마도면 해문리 묘소 앞에 건립하기 위한 운동이 ‘백산회’(白山會)에 의해 추진되고 있는 중이다. ‘백산회’에는 수원에 거주하는 전·현 도 단위 문학단체장 모임으로 백봉 선생 문학비 건립을 오래 전부터 논의해왔다. ‘백봉 안익승 선생 문학비 건립추진위원회’ 결성을 계기로 수원문인협회·경기여류문학회·수원여류문학회 회장이 추진위에 합류했다.

‘달력 없는 세월에’ ‘겨울 보리밭’ 등 수필집과 각종 사서(史書)를 남긴 백봉 선생은 고위 공직을 역임하면서 수원지역발전과 문화예술 진흥을 위해 헌신했다. 특히 문화원장, 사학자로서 구비문학을 정리하고 문화재위원. 한국유네스코 경기도협회 회장 등으로도 남다른 열정을 보여 후학들의 귀감이 됐다. 2009년 봄날 제막될 백봉 문학비 건립에 수원문단은 물론 각계 각층의 동참이 기대된다.

/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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