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 주차난

‘가까운 이웃이 멀리 있는 친척보다 낫다’고 했다. 옛 말이다. 지금은 아니다. 이웃에 누가 사는지도 서로 모르고 산다.

별미를 만들면 이웃 간에 돌려 나눠먹곤 했던 옛 이웃 정리는 간 곳 없다. 지금은 설령 음식을 나눠 전처럼 돌린다 해도 반기지 않는 세태다. 버리지 않으면 다행이다.

‘이웃 사촌’의 개념은 전래의 미풍양속이던 것이 무관심의 대상이 된 지가 벌써 오래 됐다. 그런데 무관심도 아닌 ‘이웃 원수’로 만든 것이 주차난이다. 주택가의 이면골목은 밤마다 주차 문제로 이웃 간에 신경전이 날카롭다.

고성을 지르는 쌈질이 비일비재하다. “왜 남의 집 앞에 주차했냐?”느니, “집앞도 길인데 길바닥에 문패 달았냐?”느니 언쟁도 가지가지다. 주차난이 이토록 신경을 돋우는 불화의 악재가 되고 있는데도 별 뾰족한 방안이 없다 보니 점점 더 험악해진다.

한동안 차고지증명서란 말이 있었다. 지자체가 발행하는 차고지증명서가 있어야 차를 뽑아낼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결국 말만 나왔다가 흐지부지된 덴 이유가 있다. 제도 자체는 그럴 듯 하지만 차고지 있는 집이 도대체 얼마나 되겠는가. 그렇게 해서는 자동차 수출도 어려운 판에 내수까지 둔화시켜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크기 때문에 그만둘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우리 사회는 불법주차를 단속은 해도, 한편으로는 골목길 불법주차가 불가피하다. 이런 현실 문제를 전제해 두고 자동차의 수요공급을 이루고 있는 모순된 묘한 처지에 있다.

그런데 이웃 간의 담장 허문 공간을 이용해 주차난을 해결하는 데가 있다. 인천시 부평구가 추진하고 있는 ‘그린파킹사업’이다. 지겨운 주차 시비도 없어지고 담장을 없애고 보니 마음의 담장도 없어져 친해지게 됐다는 소식이다.

부평구는 담장의 주차장 만들기에 일정한 예산을 지원하고 있는데, ‘빌딩형 공영주차장’을 만드는 것에 비해 12%밖에 안 들면서 주거환경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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