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은 경제상황 심각성 인식해야

임형백 성결대 지역사회개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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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의 전망이 밝지 않아 보인다. 꿈을 안고 대출을 받아 산 주택은 가격하락으로 이제는 오히려 이자상환이 걱정이다. 저축보다 높은 수익률을 보장한다는 말만 믿고 가입한 펀드는 한(恨)만 남겼다. 기업들은 조업단축과 감원의 두려움에 떨고 있다.

코스피지수도 1천선이 무너졌고, 환율은 1천500원을 넘고, 채권가격도 하락세를 면치 못하는 ‘트리플 약세’가 나타나고 있다. 그럼에도 기업들은 환율추가상승을 예상해 오히려 달러를 사들이고 증권, 은행, 외국인 투자자들은 현금 확보를 위해 채권을 매각하고 있다.

국내총생산(GDP)의 40%를 수출이 차지하는 상황에서 무역수지도 적자기조로 돌아섰고, 미국과의 통화스와프(swap·국가간 통화교환)협정도 3주만에 영향력을 상실하였다.

금융경색이 풀리지 않고 부실기업 구조조정이 지연되면서 정부와 한국은행이 내놓은 대책들이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고, 오히려 디플레이션(deflation)을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은행에 기업대출을 독려하고 있다. 그러나 은행권은 BIS국제결제기준(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 때문에 기업대출을 망설이고 있고, 오히려 결제가 몰려있는 연말에 대비도 하여야 한다. 결국 은행권이 대출자금 회수에 나서면서 기업 자금난과 실물 경제를 더 악화시키고 있다.

건설사들은 대주단가입을 망설이고 있다. 대주단 자율협약을 실시하는 것은 건설업계의 유동성(현금흐름)위기가 확산되는 것을 조기에 수습해 시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채권단만 앞세운 채 소극적이다 보니, 오히려 건설사들은 서로의 눈치를 살피면서 칼날은 피하고 지원만 받으려하고 있다. 검찰조사 결과 공기업은 10곳 중 한 곳에서 비리가 발견되어 250명이 기소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한나라당은 종합부동산세 개편방안을 놓고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 헌법재판소에서 위헌과 헌법불일치 판결을 받은 부분만 고치면 될 일이었다. 결국 종부세의 과세기준 6억원을 유지하고 나머지 쟁점들은 지도부에 위임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는데 투자한 시간치고는 너무 길다. 또 민간단체와는 ‘삐라’로 다투고 있고, 일부에서는 ‘4대강 정비에 7800억원’ 예산안을 제출해 대운하 논쟁을 재현하고 있다.

민주당 역시 김민석 최고위원을 보호하느라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 결국 김민석 최고위원이 ‘21일 영장심사출석, 법적투쟁’으로 방향을 변경하면서 백기항복으로 끝났다. 결과적으로 민주당에 대한 국민의 지지도는 하락하였고, 당지도부의 리더십도 타격을 입었다. 이렇다보니 9월 1일 시작된 올 정기국회 개회부터 21일까지 제출된 법률안 1333건 중 5건의 법률안만 통과시킨 채 80여일을 보냈다. 그럼에도 국회의장은 유럽순방 중이다.

금융위기가 실물경제까지 전이되고 있는, 말 그대로 비상시국이다. 과도한 위기의식이 오히려 투자심리를 위축시켜 실물경제를 악화시켜 실제로 경제상황을 더 위기로 빠뜨리는 현상을 가리키는 ‘자기실현적 경제위기(selffulfilling crisis)’가 실제로 가능한 상황이 되었다. 말 그대로 총체적 난국이다. 좀 더 비약하면 한국경제가 환차익을 노리는 전세계 투기꾼들의 사냥감이 될 수도 있다.

여야가 합심해서 경제위기의 해법을 논의하고 힘을 합쳐도 미래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제 국회회기를 겨우 보름정도 남겨둔 상황에서 경제난 극복을 위한 법안을 몇 건이나 통과시킬 수 있을지, 한국경제가 언제 되살아날지, 정치권이 그토록 외치는 서민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는 때가 언제일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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