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한사온(三寒四溫)은 겨울철이면 한반도와 중국의 동북부 지방에 나타나는 기후의 특성이다. 대체적으로 사흘은 춥다가 나흘은 따뜻해지는 것이다. 12월 들어 시작하여 이듬해 2월까지 이런 현상이 반복된다.
삼한사온의 주기적 기후 현상은 그 주된 원인이 시베리아 고기압에 있다. 시베리아 고기압이 발달하여 북풍이나 북서풍이 불어 추워졌다가 중국의 북부에서 저기압이 몰려오거나 하면 추위가 약해지는 것이다.
더 자세히 설명하면 이렇다. 발달된 시베리아 고기압이 북극의 영향을 받아 남동쪽으로 이동하면서 팽창하면 북서계절풍이 강해져 추위가 몰아친다. 이것이 ‘삼한’이다. 이러다가 남쪽으로 확장된 시베리아 고기압이 하부로부터의 가열 등 여러 작용에 의해 기온상승 및 습기 공급으로 원래의 고기압으로부터 분리, 이동성 고기압이 형성되면서 따뜻한 날씨가 계속된다. 즉 ‘사온’인 것이다.
삼한사온이 실종됐다. 삼한사온의 주기 현상이 불규칙화한 것은 작금의 일은 아니다. 1970년대 기상자료를 보면 당시에도 편차가 심했다. 즉 삼한사온 현상이 희석됐던 것이다. 그런데 이젠 삼한사온을 느껴보기가 어렵다. 아주 없어진 것이다.
지난 7일은 대설이었다. 오는 21일은 한 해 가운데 밤이 가장 긴 동짓날이다. 새해 1월5일은 소한, 20일은 대한으로 이어진다. ‘소한 추위는 꿔서라도 한다’라고 대한이 소한집에 갔다가 추워서 도망쳤다’는 말도 있다. 겨울 중 가장 추운 게 소한 추위다. 그리고는 새해 1월26일은 설날이다.
즉 지금쯤은 겨울추위가 한창 매서울 때다. 그런데 추워봤자 반짝 추위다. 삼한사온이 아니라 마냥 이상난동인 것이 이즈음의 겨울이다. 삼한사온의 중심을 이루는 시베리아 고기압이 북극 해빙의 온난화 영향을 받아 전 같은 구실을 제대로 못하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살기가 어려운 판에 가진 것 없는 사람들은 가장 무서운 것이 겨울 추위다. 이런 면에서는 따뜻한 겨울이 좋을지 모르지만 걱정이 된다. 더운 여름엔 불볕더위가 쨍쨍 내리쬐고, 추운 겨울엔 고드름이 녹을 날 없이 칼바람 추위가 몰아쳐야 정상인 게 대자연의 이치다. 삼한사온의 실종은 자연현상의 붕괴인 것이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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