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의 인성

판사의 인성평가가 거론되고 있다. 좋은 현상이다. 대법원행정처는 이를 위한 ‘법관 임용시 인성평가 방안’에 대한 연구과제 공모에 나섰다. 즉 판사의 품격이 지녀야 할 인성 측정을 어떻게 객관화하는냐는 방법을 묻고 있는 것이다.

지금은 판사를 희망하는 사법연수원 수료생 가운데 연수 점수가 높은 순서에 따라 임용해오고 있다. 인성은 도외시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판사의 자질이 의심되는 판사들이 없지않아 종종 말썽이 되고 있다. 법정에서 부적절한 언행을 보이기도 하고, 법을 왜곡해가며 편향된 판결을 내리기도 한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회원 변호사들을 대상으로 ‘판사평가제’를 자체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불공정한 재판으로 민원이 증가하고 있어 판사의 공정성과 자질을 점수로 매긴다’는 것이다.

재판은 물론 법으로 한다. 그러나 알아둘 게 있다. 재판은 법에 앞서 양심으로 한다. 채증의 법칙, 증거 유무능력, 법률해석 및 적용, 판결 등은 판사의 양심 작용이다. 인성은 곧 양심을 말한다. 판사의 양심이 삐뚤어졌으면 채증, 증거능력, 법률 적용 등을 얼마든지 삐뚤어지게 할 수가 있다. 그 같은 판결 이유는 찍어다 붙이기에 달렸다.

자유심증주의는 판사의 양심을 담보로 한다. 재판에 필요한 사실의 인증에 관한 증거의 가치 판단을 판사의 심증에 일임하는 주의가 자유심증주의다. 쉽게 말해서 판사가 맘 먹기에 달렸다.

이런 판사직을 양심이 잘못된 사람이 맡아 수행하는 것은 참으로 위험하다. 흔히 ‘판사를 잘 만나야 한다’는 말이 법원 주변에서 나오는 이유가 이에 있다. 그런데 사법연수원의 점수가 양심의 인성을 반영한 건 아니다. 점수가 판사의 자질을 나타내는 것은 아닌 것이다. 이같은 고민을 해결키 위해 추진되는 것이 ‘건전한 가치관과 올바른 품성’을 추구하는 판사의 인성평가제다. 대법원은 오는 2010년부터 판사 임용에 인성평가 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이다.

주관적인 인성을 객관화하기란 참 어렵긴 하다. 어렵긴 해도 연구를 거듭해 시행하는 것이 옳다. 이도 사법신뢰의 길이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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