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배워야 한다’고들 말한다. 제때 못 배운 것이 한이 되어 뒤늦게 대입이나 고입검정시험을 치르는 만학도들이 적잖다.
뭘 모르고 우기는 사람을 가리켜 흔히 ‘못 배워서 그런다’고도 말한다. ‘무식한 도깨비는 부적을 몰라본다’는 속담이 있긴 하다. 아는 게 없으므로 몰라본다는 뜻이다.
그러나 못 배우고 무식해서 남에게 해를 끼치는 것은 아니다. 주요한 것은 인성의 됨됨이다. 무식해도 착한 사람이 숱하게 많다. 이런 사람에겐 ‘아는 것은 힘이다’라는 말이 옳다. 그러나 되레 ‘아는 것이 재앙’인 유식한 사람들이 있어 사회를 혼란케 한다.
지식과 지성의 차이는 뭣일까를 생각해 본다. 지식은 일반적으로 특정 또는 일상의 고급분야 사물에 대한 앎이다. 지성은 지적 작용에 의한 인식의 판단이다. 지식을 물질적 개념으로 보면 지성은 정신적 개념에 속한다.
그리고 지성은 지적 작용에 의한 것이므로 지식에 비해 한 단계 높은 차원이다. 지성에 의해 통제된 지식은 사회를 이롭게 한다. 그러나 지성이 빈곤한 방만한 지식은 사회를 해롭게 만든다. 주목되는 것은 이처럼 지성은 빈곤하면서 지식만 있는 지식인들의 반사회성이, 지식이 없는 이들의 반사회성보다 훨씬 더 두렵단 사실이다.
지식이 없는 사람의 반사회성은 대개 그 피해가 주변에 그친다. 그러나 지식인의 반사회성은 막심하다. 온 사회에 좀처럼 퍼지고 심지어는 나라를 해치기가 일쑤다. 또 지식이 없는 사람의 반사회성은 단순한 데 비해 지식인의 반사회성은 ‘교언영색’(巧言令色)으로 사람들을 혼돈케 하고 사회를 혼란에 빠뜨린다.
작금의 나라 안 사정이 꽤나 혼란하다. 유식을 자칭하는 사람들의 말이 많다. 그러나 이들 지식인들의 말에 지성이 얼마나 담겼는진 의문이다. 지식은 비판이 가능하나, 모든 것을 부인하는 아집은 지성이 아닌 강변이다. 지성이 결핍된 비판은 말 장난이다. 잘못된 일부 지식인들의 농간으로 사회가 멍들고 국가가 병든다. ‘식자우환’(識字憂患)의 세태다.
“잘못된 지식은 정신을 이롭지 못하게 한다”는 것은 플라톤이 저서 ‘국가론’에서 설파한 말이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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