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황상제가 어느 날 비상소집했다. 쥐(자·子) 소(축·丑) 호랑이(인·寅) 토끼(묘·卯) 용(진·辰) 뱀(사·巳) 말(오·午) 염소(미·未) 원숭이(신·申) 닭(유·酉) 개(술·戌) 돼지(해·亥) 등 순으로 열두 마리가 정시에 도착해 십이지지(地支)에 선택됐다.
그런데 사실은 소가 제일 먼저 옥황상제 앞에 도착하는 것인데 쥐가 앞선 덴 소의 넓은 아량이 있었기 때문이다. 쥐는 소의 꼬리등에 앉아 가다가 거의 도착할 무렵에 냉큼 뛰어 넘어 자신을 태운 소를 앞질렀던 것이다. 십이간지에 얽힌 설화다.
간지는 천간(天干)과 지지(地支)를 말한다. 천간은 육십갑자(六十甲子)의 윗 단위며, 지지는 육십갑자의 아랫 단위다. 육십갑자는 천간의 갑(甲) 을(乙) 병(丙) 정(丁) 무(戊) 기(巳) 경(庚) 신(辛) 임(壬) 계(癸) 등 열가지 간지에 지지인 열두 가지 동물이 순차로 배합되어 예순 가지가 된다. 그러니까 올 기축년이 낳은 아기는 앞으로 60년이 돼야 육십갑자가 한바퀴 돈 기축년을 맞는다. 환갑(還甲)인 것이다.
간지는 서구사회엔 없다. 가는 세월 한 해, 한 해를 자연친화적으로 해석한 것이 간지다. 주역에서 비롯된 동양 고유의 전래 사상이다.
소는 쥐의 얌체같은 무례를 용서할만큼 우직하다. 배신도 모른다. 서둘지 않는 대신에 쉼도 없다. 근면하다.
그런데 옛날 소와 요즘 소가 이런 대화를 나눴다는 우스갯 소리가 있다. (옛날 소) “너는 일도 않고 맨날 먹고 노니까 좋겠다” (요즘 소) “말도 마슈, 칸막이에 갇혀만 있잖아요. 이젠 사료도 넌더리가 나요” (옛날 소) “그래도 편해서 좋잖느냐?” (요즘 소) “모르시는 말씀, 우리도 옛날처럼 겨울이면 가마솥에 쑨 여물도 먹고 여름이면 들에 나가 일하다 싱싱한 풀도 뜯어먹고 싶은 걸요!”
옛날 소는 사역우(使役牛)였던 데 비해 요즘 소는 비육우(肥育牛)다. 옛날 소와 요즘 소의 대화는 삶의 행복이 어디에 있는가를 생각게 해주는 익살이다. 기축년 소띠 해를 맞아 우리가 생각하는 소는 옛날 소의 한우인 것이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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