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범죄

임병호 논설위원 bhl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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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3만4천492명이던 61세 이상 노인 범죄자가 2006년 8만2천323명으로 늘어 10년 만에 139%의 증가율을 보였다. 노인 범죄 증가율은 이 기간 동안 인구 증가율(64%)을 두 배 이상 웃돈다. 같은 기간에 전체 범죄자 수는 192만2천549명에서 193만2천729명으로 조금 늘었을 뿐이다.

노인 범죄 가운데 살인·방화 등 강력범죄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1996년 20명이던 노인 살인범은 2006년 59명으로 3배 가량, 7명이었던 방화범은 46명으로 6배 이상 증가했다. 성폭행범도 94명에서 423명으로 4배 이상 늘었다. 20대 4명이 희생된 2007년의 ‘보성 어부 연쇄살인사건’과 지난해 숭례문 방화를 계기로 그동안 주로 피해자로 인식되던 노인들의 범죄가 가해자로 부각되기도 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장준오 박사의 논문 ‘노인 범죄 및 범죄 피해’를 보면 ‘부에 대한 욕심’(24.1%)이 가장 많은 범죄 동기로 나타났고, ‘원한이나 분노’(16.9%), ‘생활비 마련’(14.6%)이 뒤를 이었다. 1995년 조사에선 ‘원한이나 분노’(43.1%)가 ‘부에 대한 욕심’(20.3%)보다 2배 이상 많았다.

범죄에 노출된 노인 피해자 역시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전체 범죄 피해자가 1996년 75만7천994명에서 2006년 105만66명으로 증가한 가운데 노인 피해자는 3만3천431명에서 8만7천536명으로 162%나 늘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500만명을 돌파했고,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0%를 넘어 섰다. 문제는 급증한 노년 인구의 삶의 질이 매우 열악하다는 점이다. 대다수 노인이 건강 문제와 경제적 어려움에 처해 있는 실정이다. 특히 100만명에 육박한 독거노인의 경우 형편이 더욱 심각하다. 돌보는 가족이 없어 사고와 질병의 위험에 노출돼 있는 데다 월평균 소득도 26만6천원에 불과하다.

이들의 어려움을 나 몰라라 하는 건 범죄를 부추기는 일이나 다름 없다. 노인 인구의 급증에 맞춰 사회 시스템을 재정비해야 고령화가 국가에 재앙이 되는 걸 막을 수 있다.

그러나 노인들의 자정이 먼저 앞서야 한다. 노인들이 범죄를 저지르면 젊은이들이 무엇을 보고 배우겠는가.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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