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인협회가 펴낸 시집 ‘니 언제 시건들래?’를 읽었다. 작고시인 28명을 비롯한 151명 시인들의 토박이말 시가 북한 지역, 중부 방언 지역(강원도, 서울·경기도, 충청도), 동남 방언 지역, 서남 방언 지역, 제주도 방언 지역으로 나뉘어 수록된 이 시집은 우리말의 다양성과 고유성이 한눈에 보여 흐뭇했다.
‘너 언제 철들래?’라는 뜻인 이인원 시인의 표제시를 비롯해 대부분의 시에는 그 지역 출신이 아니라면 주석을 보지 않고는 무슨 뜻인지 알아챌 수 없을 정도로 ‘억센’ 사투리들로 가득 차 있다.
토박이말들이 주는 ‘말맛’은 지역별로 사뭇 다르다. 같은 ‘어머니’를 불러도 충남 당진 출신의 이근배 시인은 ‘울 옴마’(나승갱이꽃), 경남 함양 출신의 허영자 시인은 ‘어무이’, 전남 곡성 출신의 김영박 시인은 ‘어매’(오매야, 오매야), 서귀포 출신의 한기팔 시인은 ‘어멍’ (숨비소리)로 부른다.
제주도 토박이말로 된 시는 흡사 외국어 같다.
“야근 허멍 솔짝 졸당보난 / 엄지와 새끼손가락만 내불엉 / 프레스가 몽창 끈차 먹어 불언마씨 / 각시도 손가락마디처럼 날아가 붑디다양”(서안나 ‘도꼬마리’ 일부)
‘서울 사투리’도 있다. “그래설라문에 / 서울 사람은, 서울 사람은 / 정말로 깍쟁이가 아니걸랑요. / 갱상도 전라도 모두 한두 차례씩 세상을 뒤잡고 흔들 때 / 대통령도 한 번 못 낸 서울, 서울 사람들 / 그래설라문에 / 겉똑똑이 속미련이 서울 사람은 / 정말로 깍쟁이도 못 된답니다.”(윤석산 ‘서울 깍쟁이’ 일부)
“‘오-매 단풍들것네’ / 장광에 골붉은 감잎 날아오아 / 누이는 놀란 듯이 치어다보며 / ‘오매 단풍들것네’”
김영랑(1903~1950)의 이 시 속 누이가 “어머 단풍들었네”라고 말했다면 이 시가 주는 ‘가을 냄새’는 아마 절반으로 줄어들었겠다.
이 땅의 흙냄새가 묻어나는 토박이말은 겨레의 보배다. 우리 겨레의 꿈과 눈물과 한숨이 배어 있는 토박이 우리말로 쓴 시가 계속 발표됐으면 좋겠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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