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왜 감동을 못주나?

이명박(MB)은 왜 감동을 주지 못하는 것일까, 대통령은 딴엔 한다고 하는데 대다수의 국민은 거의 감동받는 기색이 없다. 재산도 헌납한다. 후보시절의 약속이지만 능히 감동을 줄 만하다. 집 한 채만 뺀 135억원 상당인가 하는 사재를 사회에 내놓은 건 단연 외신뉴스 감이다. 아직은 내놓지 않았지만 내놓는 건 기정 사실이다. 대통령직 1년치 월급 1억2천만원 역시 한 푼 안 쓰고 이웃돕기 성금으로 보탰다. 이도 감동거리다. 한데, 정작 국민사회의 반응은 무덤덤하다.

청와대 본관, 지하벙커, 과천청사, 가락동 농수산물시장 등을 뛰면서 경제 문제를 챙긴다. 가락동시장에선 “장사가 너무 안 된다”며 눈물 쏟는 배추장사 할머니를 껴안고 위로하면서 두르고 있던 목도리를 할머니에게 씌워주었다. 그러나 국민사회의 반응은 ‘소가 닭 보기’다. 거의 매주 경제 살리기며 서민대책 등을 쏟아낸다. 그래도 역시 냉담하다.

국민사회의 이런 무표정은 예컨대 타이밍을 놓친 금융대책으로 여전한 금융경색, 실효성 없는 부동산대책, 현장과 괴리된 중기대책, 복지정책의 엇박자 등으로 정부시책을 국민사회가 피부로 느끼지 못한데 있는 것만도 아니다.

후보시절, 아니 후보가 되기 1년 전부터 타의 추종을 불허한 지지도로 인기가 하늘을 치솟았다. 그런데 대통령에 당선되고 나서는 대통령직 인수위 때부터 떨어지기 시작한 지지도가 곤두박질쳐 이젠 땅바닥을 기는 형상이다.

이명박은 시운을 타고 대통령이 되긴 했지만, 대통령으로서는 불운하다. 그에 대한 국민의 열화 같았던 기대는 경제 부흥에 있었다. 그 또한 장담했다. 그러나 대통령에 취임하기가 바쁘게 불어닥친 뜻밖의 글로벌 경제위기는 이명박을 어렵게 만들었다.

하지만 국민사회가 그로부터 멀어진 것은 ‘경제 대통령’으로 아직 성공해 보이지 못한 데 있는 것 만은 아니다. 특히 서민층엔 그가 ‘부자들을 위한 대통령’으로 각인돼 있다. 재산도 내놓고 월급도 내놨다. 이명박은 부자가 아닌데도 부자들 사람으로 인식됐다. 용산 철거민 참사는 누가 뭐래도 화염병과 시너통이 난무한 폭력이 원인이다. 이런데도 폭력시위 진압을 위한 특공대 투입의 당위성보다는 철거민들 죽음을 동정, 폭력을 용인하는 사람들이 많다. 부자 쪽, 즉 대통령을 밉게 보는 탓의 민중 정서다.

대통령은 부자가 아닐뿐 더러, 부자라고 다 좋아하는 것도 아닌 것으로 안다. 그런데도 그렇게 인식된 것은 그의 책임이다. ‘강부자’니 ‘고소영’이니 하는 것은 이젠 케케묵은 소린데도 시효는 살아있다. 연유가 뭣인가를 성찰해야 된다.

이명박은 재산이나 월급은 내놨어도 마음은 내놓지 않았다. “신뢰성이 없다”는 말을 듣는 게 이 때문이다. 내 사람이 아니면 믿질 않는다. 마음을 열지않고 닫고만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믿는 측근을 가까이 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측근으로 인해 망치는 것도 인간지사다. 친형 이상득의 비선라인도 마찬가지다.

대통령쯤 되면 정적도 내 사람으로 쓸 줄 아는 국량이 필요하다. 나랏 일을 하는데 내 사람, 네 사람의 경계가 무슨 소용인가, 이런데도 주변에서만 사람을 찾다보니 함량 미달의 인물이 기용된다. 중앙부처 공무원들이 말을 잘 안 듣는 덴 그같은 각료 기용에도 연유가 있다.

박근혜도 실망스런 데가 적잖다. 허나, ‘친이·친박’의 담장 소통을 위해 이명박이 먼저 마음을 열어야 하는것은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생일에 청와대서 생일 케이크나 자르고 오찬이나 같이 한다고 해서 가까워지는 것은 아니다. 연기가 아닌 실기를 보여줘야 된다. 뭘 보여줄 것인가는 대통령의 능력과 판단에 속한다. 한데, 그런 판단이 서는 것 같지 않아 답답하다.

정치권이든, 국민사회든 이명박을 비난하는 것은 탓할 바 아니다. 그러나 국회 의사당을 해머로 부수고 쇠사슬로 문을 잠그는 따위의 폭력농성은 안 된다. 화염병 등이 난무하는 폭력시위 역시 안 된다. 폭력은 민주주의의 공적이다.

이명박이 맘에 안 들어 욕을 해도 대통령으로서는 일 할 수 있도록 해야 된다. 밉든 곱든 국민이 뽑은 ‘대한민국호’의 선장으로 글로벌 경제위기의 항로를 항해하는 키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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