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우 변호사는 11·13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지검 검사시절이다. 사무실에서 이례적인 묵상 기도를 할 때가 있다. 결심공판 법정에 들어가기 직전이다. 그런 날은 사형이 구형됐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다.
사형이 확정된 사형수의 형 집행은 법무부 장관의 결재가 나야 한다. 이의 형집행 결재에 도장을 직접 찍지 않고, 결재 받으러 온 사람에게 도장을 주며 찍으라고 하던 장관이 있었다. 공문서에 지금처럼 사인을 않고 도장을 찍던 때다.
사형을 구형하는 검사나, 선고하는 판사나, 집행하는 장관이나 기분이 좋을리는 만무하다. 사회도 그렇다. 부녀자 연쇄 살인범 강호순을 ‘사형에 처해야 한다’는 중론은 사형이 좋아서가 아니다. 그 같은 인성 상실의 흉악범이 무기나 유기징역으로 살다가 감형되어 언젠간 사회에 복귀할 우려가 있는 게 두렵기 때문이다.12년 동안 미집행된 사형수 문제가 공론화됐다. 한나라당은 당정협의회에서 형집행을 촉구했다.
이에 반대하는 것도 무슨 말인지 안다. ‘법을 빙자한 또 하나의 보복 살인’이란 말도, 자연법적 사상의 인명 논리도 안다. 특히 정치범은 진실 규명이 미진한 재판으로 벼락치기 사형을 집행한 폐단이 있기도 했다.
그러나 감형 없는 종신형의 대안은 대책이 될 수 없다. 사형과 종신형은 천지차이다. 사형제가 흉악범 방지에 효과가 없다는 반박은 허구다. 사형제가 없으면 맘놓고 설칠 수 있는 것이 강력범들이다. 흉악범 발생을 사회구조 탓으로 돌리는 것은 더욱 말도 안 되는 어거지다.
남경필 국회의원(수원팔달·한나라당) 말이 괴이하다. 그는 미집행 사형수 문제에 형집행을 반대하며 이렇게 말했다. “지난 12년간 어렵게 쌓아 놓은 사회적 가치를 훼손하고, 사실상의 사형폐지국으로 얻은 국제사회의 신뢰를 상실한다”고 했다. 그가말한 ‘사회적 가치’ ‘국제사회 신뢰’의 실체가 뭔지 알 수 없다. 예컨대 미국이나 일본이 사형제가 있어 신뢰를 잃었단 말은 듣지 못했다.
사형에 처하는 죄목이 너무 많은 건 인정한다. 이런 처벌 규정을 개정할 필요는 있다. 그러나 적어도 인간이기를 스스로 부정한 흉악범의 사형은 인성사회 확립을 위해 마땅하다. 법치를 책임지는 법무부 장관이 사형수의 형 집행을 미루는 것은 직무유기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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