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다문화 사회로 가는 길… ‘든든한 길잡이’

김동수·구예리기자 dsk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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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 안산캠퍼스 다문화연구소

언제부터인가 우리사회에서 ‘다문화’라는 말이 낯설지 않게 됐다. 지난해의 경우 국내체류 외국인이 110만명을 넘어섰으며 특히 이주노동자와 국제결혼은 중요한 사회문제로 부각되기도 했다. 이제는 거부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 된 다문화. 한양대학교 안산캠퍼스가 운영 중에 있는 다문화 연구소는 이런 시대적 조류에 발맞춰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주요국가의 다문화 현상을 연구하고 다문화 이주민과의 공존을 위한 각종 대안을 착실히 준비하고 있다.

태동

한양대 다문화 연구소는 지난 2007년도에 민족학연구소를 확대 계승한 연구기관이다.

민족학연구소는 1988년 한양대 안산캠퍼스 내 유일한 인문학 연구기관으로 설립돼 세계 각 민족의 문화를 비교하고 총체적으로 연구해 왔던 학내 연구기관이다.

이후 연구소는 사회적인 요구와 시대적 필요성에 따라 지난 2007년 8월1일 단일 연구기관 성격의 다문화연구소로 개편, 설립됐다. 다문화연구소의 장점은 무엇보다 위치적으로 호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반월공단의 생성과 함께 급속한 산업화로 인해 다문화 이주민이 집단으로 거주하게 된 안산에 자리잡고 있는데다 특히 러시아 사할린에서 귀향한 노인들이 거주하는 한대앞 역 근방의 ‘고향마을’과 51개국 4만명이 넘는 이주노동자가 거주하는 ‘안산 국경없는 마을’과 근접 거리에 있다.

다양한 다문화 공간을 엿볼 수 있는 동아시아 다문화 연구 네트워크의 중심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연구영역

다문화연구소의 연구영역은 크게 학술연구, 현장연구, 교육연구로 나눌 수 있다.

연구소 내 ‘학술교류네트워크’는 다문화 이론 연구, 다문화 담론 형성, 국제적 학술 교류 등 학술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다문화 월례포럼’과 ‘다문화 어울림포럼’을 통해 우리나라 다문화를 모색하고 있으며 한국문화인류학회 정기학술대회 등 국제학술대회를 열어 전 세계 학자들과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제1회 다문화학술강연을 열어 ‘난민·납치자·귀환자:북일 관계 속의 인권문제’라는 주제로 북한인권에 대해 함께 고민해 보기도 했다.

‘다문화정보센터’는 다문화 공동체 현장 연구, 민족지 자료축적·DB구축, 다문화 소통 공간 모델 개발 등 현장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2007년 9월부터 2008년 2월까지 경기도교육청과 함께 경기도내 다문화 교육현장을 비교 연구한 것이 대표적 사례.

‘다문화교육센터’는 특히 다문화 전문인력 양성은 물론 다문화 감수성 교육, 국제적 문화 간 소통 교육 등 다양한 교육연구를 맡고 있다.

다문화연구소는 지금까지 연구한 이주동포, 탈북자, 난민을 비롯해 결혼 이주자 가정과 이주노동자 문제를 넘어서 앞으로 한국의 다문화 공간과 문화 간 이해관계를 연구할 계획이다.

‘한국의 다문화 공간과 문화 간 이해 교육’이라는 제목의 이 프로젝트는 한국학술진흥재단으로부터 특별 지정연구로 선정됐으며 1억원의 연구비를 지원받는다.

이번 연구를 통해 다문화연구소는 인천의 차이나타운과 이태원 관광특구, 안산 국경없는 마을을 비교분석해 대한민국의 다문화공간에 대한 심층적 논의를 이끌어 낼 예정이다.

비전

다문화연구소는 이론적 담론의 새 지평을 모색하며 인문학의 현장성을 통해 사회에 기여하는 실천적 인문학 모델을 지향한다.

이에 따라 순수 학술연구의 차원과 현장연구차원, 다문화에 대한 사회교육적 차원의 세 가지 영역을 아우르는 발전 청사진을 입안 중에 있다.

제 1단계로 국내 다문화 연구의 선도 연구소로서의 위상을 확립하고 2단계로 동아시아 다문화 연구 네트워크 중심 연구소 역할을 하며, 3단계로 세계적 다문화 이론 및 교육 전문 연구소로 세계 다문화 연구 교류의 허브가 되는 것이다.

/김동수·구예리기자 dskim@kgib.co.kr

<인터뷰> 정병호 소장 (국제문화·문화인류 교수)

- 국내의 다문화 현실은.

▲일제강점기 고국을 떠나 만주, 사할린 등으로 강제이주한 이주동포나 북한 탈북자, 재외동포 등을 아직도 같은 민족으로 쉽게 받아들이지 못할 만큼 우리사회는 폐쇄적이다.

대륙과 단절된 채 보낸 50년이 넘는 세월 속에 단일민족이라는 벽은 그만큼 높고 단단해졌다.

이런 이유로 최근 십수 년 사이에 준비 없이 다문화를 접하게 돼 거주 현장에서 많은 문제와 갈등이 야기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 연구소의 핵심사업은.

▲우리의 다문화는 유럽이나 일본 등 선진국의 양상과 다르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라는 특수상황으로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이질적인 남북한 문제가 있다.

때문에 다문화연구소에서는 우리나라가 겪은 분단과 이주 역사를 바탕으로 이주동포, 탈북자, 난민을 중점적으로 연구해 왔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다문화 어울림포럼’과 ‘다문화 학술포럼’을 통해 발표됐으며 그동안의 연구를 엮은 ‘웰컴 투 코리아-북조선 사람들의 남한살이’는 ‘2008년 대한민국학술원 우수학술도서’로 선정됐다.

- 앞으로의 청사진은.

▲한양대학교 안산캠퍼스를 통해 이주민의 다문화 교육문제가 새롭게 대두됐으면 한다.

동남아시아에서 온 이주노동자 중에 고학력자가 참 많다. 이들을 차별하는 대신 한국의 고등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이들이 나중에 고국에 돌아가 우리와 세계를 연결하는 다리가 되고, 우리 사회를 이해하는 문화 교역자가 된다면 그보다 더 큰 수확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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