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를 고초(苦椒)라고 했다. 椒는 후추초다. 매운 후추라는 뜻이다. 경북 경산지방의 민요에 ‘고초 당초 맵다 해도 사집살이 더 맵더라’는 대목이 있다. 여기에 나오는 당초는 ‘唐草’다. 역시 고추를 말한다.
고추는 고온성 채소다. 25℃가 돼야 싹을 틔운다. 남방계 작물이다. 북방계 작물로는 감자가 있다. ‘북감자’라고도 한다. 고추를 또 남만초(南蠻草), 왜초(倭草)라고도 하는데 남방계 작물인 데서 유래된다.
고추는 감기 등 방어에 특효인 비타민C가 풍부하다. 사과에 비해 50배나 된다. 감기에 걸리면 소주에 고추가루를 타서 마시는 민속 전래의 단방이 이에 근거한다. 고추의 주성분은 캡사이신(capsycine)이다. 유산발효를 돕고 산패작용을 막는다. 고추가 김장에 빠질 수 없는 이유다.
고추의 일본 전래설을 부정하는 새 학설이 나왔다. 한국식품연구원 권대영 박사팀이 최근 발간된 전문지에서 이같이 밝혔다. 세조 6년(1460년)에 펴낸 ‘식료찬요’를 비롯해 고추장을 뜻하는 ‘초장’(椒醬)이란 말이 조선조 초기 고문헌에서 많이 발견됐다는 것이다.
고추장으로 이름난 전북 순창에서 전래되는 고추장 설화 가운데 이성계가 나온다. 무학대사가 은거했던 순창에 다녀가면서 어느 농가에서 식사 중 맛본 고추장에 매료되어 ‘순창초장’으로 유명해졌다는 것이다. 이 설화는 고추의 조선 초기설과 합치된다.
그러나 임진왜란을 치른 조선 중기 선조 때 나온 지봉유설(芝峰類說)에는 임진왜란 당시 일본 사람들이 고추를 가져와 ‘왜겨자’라고 했다는 기록이 있다. ‘왜초’니 ‘남만초’니 하는 고추 이름과 상통된다. 고추의 원산지는 중부아메리카다. 일본에는 교역을 한 포르투칼 상인들이 가져갔다는 설이 있다.
그런데 동아출판사 ‘세계대백과사전’은 일본 문헌에는 고추가 조선에서 들어왔다는 기록이 있다며, 이는 조선이 역수출한 것으로 보인다고 기술해 놓고 있다.
당초(唐草)라고도 했던 것으로 보아 중국에서 들어왔다는 말이 또 있다. 1천200년 전의 당나라 땐 아닐지 몰라도 당은 중국을 의미하는 걸로 보는 것이다. 식품사의 연구 과제다. 한국식품연구원 연구팀도 조선 초기설만 제기했을 뿐, 분명한 고추 전래의 기원은 규명하지 못했다. 분명한 것은 고추는 한·중·일 3국 중 한국민이 가장 애용하는 국민적 식품이라는 사실이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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