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孔子)는 간신의 유형을 다섯가지로 분류했다. 마음을 반대로 먹는 음험한 자, 말에 사기성이 농후한 달변인 자, 행동이 한쪽으로 치우쳐 있고 고집만 센 자, 뜻은 어리석으면서 지식만 많은 자, 비리를 저지르며 혜택만 누리는 자라고 하였다.
이들 다섯 가지 유형의 간신들은 모두 말을 잘하고, 지식이 많고, 총명하고, 이것저것 통달하여 유명한데 그 안을 들여다보면 진실이 없다는 게 공통점이라고 공자는 지적했다. 도둑은 살려둬도 괜찮지만, 군자들로 하여금 의심을 품게 하고, 어리석은 자들을 잘못된 길로 빠뜨려 나라를 뒤엎을 간신들은 반드시 제거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간신의 언행은 상상을 초월한다. 춘추시대 제나라의 역아는 노예 기술자로 태어났지만 요리 솜씨가 뛰어나 권력의 핵심에 끼어든 인물이다.
그는 춘추시대 초기 패자로 군림했던 제나라 환공(桓公)이 농담삼아 “내가 평생에 안 먹어본 것이 없는데 사람 고기는 못 먹어 봤다”고 말하자 세 살짜리 자기 아들을 요리해 바쳐 환심을 산 뒤 나중에 궁정 쿠데타를 일으켜 환공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보잘 것 없는 신분으로 태어난 환관이었던 조고(趙高·?~BC 207)는 진시황의 유서를 조작해 권력을 훔쳤다가 중국 최초 통일제국 진나라의 멸망에 가속페달을 밟았다.
술과 도박에 절어 살던 양국충(楊國忠·?~756)은 사촌누이 양귀비의 치맛자락을 붙잡고 권력핵심에 들어가 대당 제국을 혼절시켰던 간신이다.
간신들은 한 시대를 풍미하고 농락했지만 그들의 말로는 대개 비극으로 마무리됐고, 역사의 심판도 가혹했다.
명장 악비(岳飛)를 모함하여 죽이고 나라를 팔아먹은 송나라의 매국노 진회(秦檜·1090~1155)는 악비의 무덤 앞에 무릎을 꿇은 동상으로 남아 사람들이 뱉는 침을 얼굴에 가득 묻힌 채 역사의 심판을 받고 있다.
간신의 수법이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은데도 통용되는 것은 인성의 약점, 제도의 미비, 경각심의 부족, 역사의식과 통찰력의 부족에서 비롯된다. 공자가 말한 간신의 유형은 우리나라 역사에서도 존재했다. 물론 대통령제인 오늘날도 많다.
문제는 권력자가 간신을 구분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과거 역사와 지금 우리 주위에서 벌어지는 온갖 형태의 간신 현상을 국민이 색출해내야 한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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