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박사

임병호 논설위원 bhlim@ekgib.com
기자페이지

‘명박 남발’ ‘학위 장사’라는 비판 속에서도 정치인들의 명예박사 행진은 끊이지 않는다. 정치인과 학교 쪽의 이해 관계가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정치인으로서는 명예박사가 된다는 것 자체가 정치적 경륜과 능력을 인정받는 의미가 있고, 득표와 연결되는 ‘동문’을 확장하는 실리도 챙길 수 있다. 명예박사들에겐 주로 학교 발전이나 지역화합, 민주화 기여 등이 학위 수여 이유로 붙는다.

명예박사가 된다는 것은 그만큼 ‘거물’이 됐다는 의미이고, 취약 지역에 정치적 발판을 마련하는 효과도 있어 명예박사 학위를 마다할 정치인은 없다. 학교 쪽에선 돈 들이지 않고 유력 인사를 후원자로 얻으면서 학교 인지도와 위상, 학생들의 자긍심을 높이는 효과도 있다.

국내 대학들의 연간 명예박사 학위 수여자는 1997년 125명, 2007년 175명, 2008년 184명으로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교육과학기술부 통계를 보면 지난해 4월 기준으로 1945년 이후 국내에서 발급된 명예박사 학위가 모두 3천681명이다. 명예박사 학위가 두 개 이상인 사람의 35.3%가 정·관계 인사다. 하지만 미국이나 독일, 프랑스, 일본 등에선 명예박사 학위 수여가 매우 드물다. 독일 본대학은 2차 대전 이후 4명에게만 명예박사 학위를 줬을 정도다.

역대 대통령 중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국내외 통틀어 16개의 명예박사 학위를 소지하고 있어, 이 분야 1위다. 한국, 미국, 영국 등에 걸쳐 법학, 인문학, 경제학, 정치학, 교육학 등 분야도 다양하다. 김영삼 전 대통령도 원광대에서 정치학 명예박사를 받은 것을 비롯해 미국, 일본, 프랑스 등에서 정치학, 법학, 철학, 인문학 등 10개의 학위를 받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러시아 모스크바대, 알제리 알제대, 원광대에서 3개의 정치학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 노태우 전 대통령과 전두환 전 대통령은 각각 외국에서 2개, 1개씩 학위를 받았다.

이명박 대통령은 1998년 한국체대 이학 명예박사를 시작으로 서강대(경영학), 카자흐스탄 국립유라시아대, 몽골국립대(경제학), 목포대(경제학),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대 등 모두 6개의 명예박사 학위를 갖고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명예박사 학위를 모두 고사했다고 한다. 역시 박정희 대통령답다.

/임병호 논설위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