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포의 딸

부모는 딸 아이의 천부적 소질을 살려주기가 벅찼다. 피겨 스케이팅은 돈이 너무 많이 드는 스포츠였기 때문이다. 더욱이 국내에선 거의 황무지 같은 분야다.

그러나 부모는 딸 아이를 위해 헌신했다. 손잡고 길가던 딸 아이가 스케이트를 보고 “나도 저것 타고 싶다”고 졸라대서 시작했던 게 너무도 열심히 몰입했기 때문이다. 코치도 선임해야 되고 국내외 훈련도 해야 했다.

남의 집에 세들어 살았다. 아버지는 끼니를 혼자 끓여야 할 때가 많았다. 아내가 딸 아이의 훈련에 동행하곤 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런 모진 수많은 세월을 겪었다.

딸 아이의 성공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꿈을 키웠다. 믿음을 가졌다. 부모의 이같은 뒷바라지 속에 딸 아이는 물불을 가리지 않는 의지로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피눈물 나는 훈련을 감내했다. 오늘의 세계적인 ‘피겨여왕’ 김연아 선수의 영광이 있기까진 본인의 그같은 노력과 부모의 뒷바라지가 있었다.

김연아 선수에게 쏠리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그것은 김연아 선수가 충분히 누릴 권리가 있다. 그의 부모 또한 ‘고진감래’(苦盡甘來)의 영화를 누릴 자격이 있는 자랑스런 어버이다.

김연아 선수 부모가 비로소 군포시내 한 아파트 40평짜리를 사서 이사한 것은 얼마 전이다. 실로 오랜만에 가정의 안정을 되찾은 보금자리인 것이다. 기왕이면 서울로 이사하라는 유혹도 많이 받은 것으로 안다. 그러나 군포에서 살기를 고집했다.

어려웠을 때 군포시청에서도 도와주고 어디서도 도왔다는 말이 들리지만, 얼마나 도왔는 진 확인되지 않았다. 고마운 것은 김연아 선수도 그렇지만 부모의 마음씨다. 웬만한 사람 같으면 서울 강남 같은데에 대형 아파트를 사서 떠날 수도 있는 일이다.

하지만 김연아 선수 부모는 어디까지나 군포 시민이기를 결심했다. 지역사회에 갖는 애착심이 정말 대견해 보인다. 김연아 선수는 부모가 군포에서 고생해가며, 세계 무대의 인재로 키운 자랑스런 군포의 딸이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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