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 음악도들의 미래

박인건 경기도문화의전당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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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아이에게 음악교육을 시키는 부모들 가운데 아이들이 조금만 잘한다 싶으면 ‘내 아이는 천재적인 소질이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 특히 조기교육이 필요한 피아노나 바이올린 등을 가르치는 많은 부모들은 자녀들의 장래 희망, 재능과는 상관없이 ‘너는 커서 아주 유명한 연주자가 되어야 해’라며 고사리 손을 붙잡고 이름난 선생들을 찾아다니며 ‘극성’에 가까운 ‘정성’으로 음악교육에 열성을 쏟는다.

사실 국내외 훌륭한 연주자들을 눈여겨보면 성공의 뒤에는 부모의 열성적인 뒷받침이 있었다는 공통점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세계적인 연주자란 노력과 열성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재능이 있어야 함은 물론이고, 좋은 스승과의 만남, 행운 등 여러 가지 요소들이 조화될 때 성취가 가능하다. 그야말로 상상을 뛰어넘는 어렵고도 험난한 길이 아닐 수 없다.

음악교육자의 길인 대학교수나 강사 자리도 음악가의 공급에 비해 수요가 턱없이 모자라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한마디로 천재도 아니고 재능도 그저 그런 아이에게 음악가의 길을 강요해 중도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부모와 학생들이 우리 사회에 적지 않다는 것이다.

그동안 투자한 시간과 레슨비에 미련을 두고 결국에는 음악대학 졸업장이라도 받고 보자는 생각에 대학입시를 치르고, 대학에 입학을 하고 나면 이름난 연주자가 되겠다는 열망은 슬그머니 사라져 버린다. 몇 배나 큰 음악시장을 거느린 미국의 경우, 음악도의 10% 정도가 연주자의 길을 택하고 20~30%는 연주도 하면서 대학에서 학생을 지도하며, 30%는 학원이나 집에서 학생들만 가르친다.

나머지는 음악행정가, 음악이론가, 음악기자, 공연기획자, 음악치료사 등 음악과 관련된 다양한 직업인으로 활동한다. 우리나라서도 아이의 장래는 물론 나라의 미래를 위해서도 ‘오직 연주자가 돼야 한다’는 환상에서 깨어나 아이들의 적성과 재능을 제대로 북돋우는 음악교육이 이뤄졌으면 한다.

그런면에서, 경기도문화의전당에서 열리는 제6회 주니어 차이콥스키 콩쿠르를 눈여겨 봤으면 한다. 경기도와 수원시가 공동주최하고, 경기문화재단, 경기도문화의전당, 주니어 차이콥스키콩쿠르 서울사무국이 공동주관하는 이번 콩쿠르는 재능 있는 어린 음악가들에게 많은 관객들 앞에서 연주력을 선보일 기회를 제공해 주고, 권위 있는 음악가들과 비평가들의 의견을 들을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등 3개 분야에서 실력을 겨루게 되며, 세계적 규모의 ‘World Tour Type’ 콩쿠르로, 국제적인 권위의 영재 발굴을 위한 영재들의 유일한 등용문이라는 점에서 어린 음악도들이 관심을 갖기에 충분하다.

무엇보다 경기도내 그것도 수원 경기도문화의전당에서 이같이 중요한 국제 콩쿠르가 열린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으니, 음악 애호가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관심으로 지켜봐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국종합예술학교 부설 예술영재교육원도 지난해 9월 개원했고 지역마다 속속 영재 교육원이 개설되어 일찍이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틀을 만들어 주게 된 것도 한편 반가운 일이다. 다만, 재능있는 어린아이들을 발굴해 체계적인 교육을 시킨다는 것 이외에 강요로 아이들이 다듬어진다는 것은 그만큼 큰 모험이라는 점을 부모들은 명심해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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