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녹화가 잘됐다. 전국의 어느 산하를 가도 임목이 창창하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경제림의 빈곤이다. 경제림의 빈곤은 산림정책의 부재다.
그래도 어떻든 산림이 푸르른 것은 다행이다. 다행이긴 해도 이 또한 산림정책이 잘 돼서 산림녹화가 이룩된 것은 아니다. 화목을 안 쓰는 취사 및 난방 생활의 변화 때문이다. 산림녹화의 공은 연탄에서부터 시작됐다. 연탄이 대중화 되지 못했던 1950년대까지는 땔감이 주로 화목이었다. 당시엔 연탄이 있었어도 비싸 귀했던 시절이다.
이래서 농촌은 말 할 것 없고 도시 주변의 산에 널린 잡목이며 소나무 갈비가 동이 났다. 생솔가지를 마구 꺾어 가기도 했다. 웬만한 산은 민둥산이 됐다. 민둥산이 푸른 나무옷을 입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 들어 연탄이 대중화 되면서다. 연탄가스는 많은 사람을 희생시켰지만 연탄이 산림녹화에 기여한 공은 절대적이다. 1980년대에 등장한 LP가스는 종전의 아궁이 부엌을 거실로 옮기고 입식주방으로 바뀌면서 일상의 생활에 일대 변혁을 가져왔다.
LP가스는 인도네시아 등지서 수입한다. 만약 천재지변이나 전쟁 등 유사시 LP가스 수입에 문제가 생기면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일대 혼란이 야기될 것이다. LP가스 공급 중단이 장기화하면 다시 연탄이나 화목에 의존해야겠지만, 이미 우리의 생활구조는 쉽게 바꿀 수 없게 돼 있다.
각설(却說)하고 LP가스의 대중화로 소나무 갈비며 낙엽이 해마다 그대로 쌓여 밑거름이 되면서 산마다 숲이 우거질대로 우거졌다. 비록 경제림은 아니어도 소중한 산림자원인 것이다. 그런데 적잖은 산불이 일어나 산림자원이 소실되고 있다. 산불은 인재다. 바람이 불어 나무끼리 비벼대는 마찰로 발생되는 자연 발화는 아프리카 같은데서나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국내에서 나는 산불은 모두가 담뱃불 등 사람의 부주의로 불을 내는 인재인 것이다.
한 순간의 부주의로 산을 벌겋게 태우는 산불이 올해 들어서만도 벌써 전국에서 129건이나 발생했다. 한 번 불 붙은 산불은 기압골의 변화로 바람을 불러들여 기세가 기하급수적으로 더 한다. 산불도 무섭다. 잘못 끄다가는 연기에 질식하거나 불에 갇히기가 십상이다. 산불이 나면 생태계를 회복하는 데 약 50년이 걸린다. 어느새 초여름이 닥쳐 신록의 계절을 맞는다. 산불이 잦은 봄철은 지났지만 산불에 계절이 꼭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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