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2월 캐나다 서부도시 밴쿠버와 인근 산악도시 휘슬러에서 열리는 겨울올림픽 스키장은 친환경 경기장의 결정판이다. 스키 코스는 ‘생태계 보호 중심’으로 만들어졌다.
원래 스키 경기에 가장 적합한 코스는 자그마한 개울을 통과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개울을 가로지를 경우 꼬리개구리 등 이곳에 사는 동식물의 생태계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판단 아래 환경 충격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수정됐다.
꼬리개구리는 북미대륙의 서부 산악지역에만 사는 희귀종으로 수컷이 꼬리처럼 생긴 교미기를 갖고 있어 꼬리개구리라는 이름을 얻었다.
올림픽이 지구인의 대축제라 하더라도 야생생물의 생태를 위협해선 안 된다는 환경 문제를 우선시해 서식지를 우회하는 코스를 만든 것이다.
최종 확정된 코스는 원래 계획됐던 코스보다 동식물이 훨씬 적은 곳이다. 개울 주변에 사는 생물을 보호하기 위해 ‘충격완화 지역’도 만들었다. 스키점프 경기장과 바이애슬론 경기장도 자연파괴를 최소화했다. 인공 시설물 설치를 최대한 자제하면서 경기에 필요한 최소 공간만 확보해 주변의 울창한 숲은 그대로 살려놓았다. 그래서 경기장에서 조금만 고개를 돌리면 원시림 같은 숲을 볼 수 있다고 한다. 또 자연파괴를 최소화하기 위해 가능한 한 새 코스를 만들지 않고 전통스키 휴양지인 밴쿠버·휘슬러의 기존 코스를 보완해 쓰기로 했다.
친환경 올림픽을 표방한 ‘2010 밴쿠버 겨울올림픽 조직위원회(VANOC)’는 이산화탄소를 줄이고 자원을 재활용하는 데도 역점을 뒀다. 올림픽 기간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30만t을 ‘상쇄’시키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는데 경기장과 올림픽 빌리지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풍력·태양열·지열 등 재생 가능 에너지를 사용해 온실가스 발생량을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2003년 올림픽 유치가 확정된 이후 전체 이산화탄소 방출량을 파악하고 그것을 줄이는 방법에 초점을 맞춰 왔다고 한다.
올림픽 쓰레기 85%를 재활용하는 자원 재활용도 주요 추진 사항이다. 빙상경기가 열리는 리치몬드 올림픽 오벌경기장은 가로 200m, 세로 100m 크기의 지붕을 ‘소나무 좀류’에 감염된 폐목으로 만들었다. 2018년 평창겨울올림픽 유치를 추진하는 우리나라가 특별히 참고해야 할 일이다.
/임병호 논설위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