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 비둘기 그리고 갈매기

까치는 익조(益鳥)로 쳤다. 아침에 까치가 울면 반가운 손님이 온다고 했다. 그런데 해조(害鳥)가 된지 수년이다. 전봇대에 짓는 까치집이 단전 등 전기사고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한국전력에서는 전봇대 까치집을 털어내는 것이 일거리가 됐다.

비둘기는 평화의 상징으로 쳤다. 올림픽대회에서도 그랬고, 국내외의 큰 행사 역시 으레 집비둘기를 날리곤 했다. 수백, 수천마리의 비둘기가 한꺼번에 창공을 향해 선회하며 날으는 군무(群舞)는 가히 장관이다. 비둘기는 생김새가 앙증스럽고 성정이 순해 사람과 특히 친근한 새다. 한데, 이도 해조로 분류됐다. 환경부가 해조로 분류한 게 얼마 전이다. 배설물을 인간생활 주변 아무데나 갈겨대어 환경 오염의 원인이 된다는 것이 그 이유다.

갈매기는 바다의 상징이다. 특히 부두의 대명사이기도 하다. 옛부터 항구나 부두를 노래하는 유행가 치고 갈매기가 들어가지 않은 가사는 거의 없다. 부둣가 해안이나 배의 선창에서 혼자 고독을 달래는 길손의 유일한 친구가 무심코 날아 다니는 갈매기들이었던 것이다.

이런 갈매기가 부두의 해조가 되어 추방됐다. 이 역시 배설물을 부두 시설물 등에 마구 쏟아내어 환경 오염만이 아니라, 시설물 부식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리하여 인천항을 비롯하여 항구마다 갈매기 퇴치법으로 쓰고 있는 것이 치약 비슷한 페퍼민트의 화공약제다. 갈매기가 이 약제의 냄새를 싫어한데다가 새의 눈에만 보이는 자외선 파장까지 나와 갈매기들이 도망친다는 것이다. 약제는 적당한 플라스틱 용기에 담아 일정한 간격으로 요소마다 늘어놓는다. 인천항의 경우, 이로인해 떼지어 몰려들던 갈매기들이 얼마전부턴 사라졌다는 것이다.

그렇긴 하나, 부두에서 갈매기가 사라지고 생활주변의 비둘기며 까치가 해조로 천대받는 것이 웬지 섭섭한 마음 또한 없지 않다. 하기는 계절의 낭만으로 치는 철새마저 독감을 옮기는 병원체가 된 세태이니 더 말할 것은 없다. 인간과 자연환경의 관계가 이처럼 삭막해가는 연유가 뭣 때문인가를 생각해보는 것이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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