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먹고 부리는 못된 버릇인 주사(酒邪)도 가지 가지다. 주사의 형태는 여러 가지지만 공통점이 있다. 남에게 폐를 끼친다. 이도 습관이다. 그리고 이 같은 습관은 평소 뇌리에 주입된 삐뚤어진 인식이 주사로 나타나곤 한다. 인품의 용렬성을 드러내는 것이다.
지난 어버이날을 앞둔 안산의 한 경로잔치서 만취 도의원이 동장에게 심한 주사를 부려 물의를 일으켰다. 욕설과 함께 유리컵에 담긴 폭탄주를 동장의 얼굴에 끼얹고는 플라스틱 의자를 들어 오른쪽 어깨를 내리쳐 전치 3주의 상해를 입혔다는 것이다.
경로잔치 행사에 동장이 시의원만 초청해 도의원인 자신은 불청객이 된 게 불만이었다는 것이다. 동네 어른들의 경로잔치를 주관하는 것도 업무다. 동장은 도의원이 권하는 폭탄주를 업무중임을 들어 사양하다가 동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서 난데없는 봉변을 당한 것이다.
설상가상의 문제는 그 뒤다. 만취 도의원이 속한 도의회 한나라당 교섭단체 측에서 사건을 은폐하려다가 안 되자 축소를 시도한 것은 일을 더 크게 만든 화근이다. 피해자의 입을 막는다고 사태가 수습되는 것은 아니다. 안산시 공무원노조가 벌써 알고 도의회의 철저한 진상조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술에 취해 무슨 짓을 했는지 기억이 안 난다”는 것은 주사꾼들의 상투적 변명이다. 흔히 ‘술먹은 ×’라고 하여 술 주정을 관대하게 보아 넘기기도 한다. 한데, 만취 도의원의 경우 행패가 좀 심했다. 폭행치상 혐의의 형사책임은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을수도 있겠지만, 도의회가 그냥 넘어가기는 어렵게 됐다.
윤리위원회의 개입이 마땅하다. 도의원의 품위를 떨어뜨린 과실에 상응하는 징계가 불가피해졌다. 징계를 해봐야 제식구 감싸는 식이겠지만 그래도 해야된다.
주객(酒客)으로 소문난 분이 작고한 수주 변영로 시인이다. 그는 ‘명정, 40년’ 수기에서 술에 취해 전봇대 발 걸이가 안방 옷걸이로 보여 윗옷을 걸어두고 전봇대 밑에서 잤다고 했다. 술에 취해 저지른 실수가 많았지만 남에게 폐를 끼친적은 없다.
술을 마시면 남이나 가족에게 더 재미있는 사람이 돼야 한다. 술이 들어갔다 하면 으레 주사를 부리는 사람은 술을 입에 댈 자격이 없다./임양은 주필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