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의원 내빈소개

‘약방에 감초’라고 한다. 감초는 갖가지 처방에 거의 다 들어가는 한약재인 것이다. 다른 약재의 작용을 부드럽게 하기 때문이다.

지역행사의 감초가 시·도의원들이다. 무슨 행사만 열렸다 하면 떼거지로 몰려든다. 감초는 모든 약재를 부드럽게 하고 또 맛이 달다. 그러나 시·도의원들의 지역행사 참석은 행사에 나온 주민들의 이맛살을 으레 찌푸리게 한다. 더러 좌석에 서열을 따지는 것을 볼 땐 주민들의 입맛을 쓰게 만든다.

물론 지역행사에 참석해야 할 경우가 있다. 안산의 만취 도의원 행패로 물의를 일으킨 동네 경로잔치의 경우, 그곳 출신 시의원은 참석해야 된다. 그러나 다른 시의원이나 또 그곳 선거구일지라도 도의원이 동네 경로잔치까지 꼭 참석해야 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그런데 무슨 행사든 지역에서 열렸다 하면 소속 상임위의 유관 업무도 아닌 자리에 초청을 받았건, 안 받았건 덮어놓고 얼굴을 내밀고 보는 시·도의원들이 많다. 가관인 것은 이들에 대한 주최측의 내빈 소개다. 내빈 소개에 빠뜨렸다가는 후환이 있어 안 할수 없다는 게 주최측이 그때마다 털어놓은 고충이다. 장시간에 걸쳐 시·도의원 떼거지를 일일이 소개하다 보면 행사 분위기가 그만 산만해지기가 일쑤다. 중요한 것은 정작 행사 관련의 전문가나 유관 민간인은 소개를 빠뜨리곤 하는 것이다. 마땅히 소개할 사람은 빠지고 안 해도 되는 시·도의원 소개는 장황하게 하는 것이 지역행사마다 지닌 내빈 소개의 폐습이다.

시·도의원들은 상당한 수준의 월급을 받는 사람들이다. 이에 비해 무보수로 행사에 기여하는 사람들이 있다. 예컨대 행사 성격에 따라 자원봉사 등으로 참여하는 민간인들이 있기 마련인데 이들은 홀대를 받는다. 소개를 해도 시·도의원들보다 앞서 소개될 사람들이 시·도의원들을 먼저 소개하다 보니 시간에 쫓겨 밀리고 마는 것이다.

“시·도의원 소개하는 꼴 보기 싫어서 행사장에 잘 안 간다”는 것은 누구라 하면 수원선 다 알만한 어느 인사의 말이다. 시·도의원이 행사장에 갈 일이 있어도, 대접받기 좋아하는 내빈석보단 관중석에서 주민들과 함께 조용히 살필 줄 아는 멋있는 시·도의원은 없을까?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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