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필씨

국민가수 조용필씨를 몇 차례 대면했던 게 1980년대 초반이다. 서울신문에서 일할 때다. 호랑이가 담배 먹던 옛날 얘기 같지만, 새삼 그의 얘기를 꺼내는 것은 다음달 3일 열리는 화성 전곡항 국제보트쇼 개막식에서 축하 콘서트를 한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조용필씨와 함께 한 가장 인상적인 기억은 조선왕조 마지막 황태자비 이방자 여사의 스타 방문 환담취재를 위해 경복궁 낙선재를 찾은 일이다. 이방자 여사 역시 조용필씨의 팬이었다. ‘한오백년’을 좋아한다면서, 여러 말을 들려주던 어진 면모의 생전 모습이 아직 생생하다.

그 당시에도 조용필씨는 ‘노 개런티’의 자선공연을 곧잘 가졌다. 그때마다 운집하는 것이 ‘오빠부대’들이다. 대부분이 여고생들인 ‘오빠부대’는 무리에 무리를 지어 이동하는 수가 수천명에 이르렀다.

공연 땐 주최 측에서 으레 의료진과 함께 구급차를 대기시키곤 했다. 조용필씨의 열창에 “오빠”를 연호하며 환성과 괴성을 지르다 못해 기절하는 여학생들이 속출하곤 했기 때문이다.

공연이 끝나도 움직이지 않는 팬들이 많았다. “오빠를 꼭 만나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번은 팬들이 통로마다 길을 막고 기다리는 바람에 도저히 빠져 나갈 틈이 없어 경비 중이던 전경 옷을 빌려 입고 전경으로 위장해 간신히 탈출했다.

‘노 개런티’ 같으면 돈은 언제 벌려고 그러냐고 물으면 “인기가 갈 즈음에 벌어도 된다”며 씩 웃어보이던 조용필씨다. 그가 국제보트쇼 개막식에서 갖는 2시간30분의 콘서트는 개런티를 따지자면 억대다. 이런 대공연을 개런티 없이 갖는 것은 화성 송산 출신으로 고향을 사랑하는 봉사의 마음일 것이다. 콘서트를 자신의 인생사와 노래를 주제로 한 데서 그 같은 마음을 읽을 수가 있다.

왕년의 그 ‘오빠부대’들도 이제 40대 후반의 중년 여성이 된 세월이 흘렀다. 전곡항 콘서트에 필시 중년이 된 ‘오빠부대’ 팬들의 참석 또한 많을 것이다. 조용필씨의 노래엔 지금도 영혼을 울리는 환상적 화음과 열정이 가득하다. 그의 이번 ‘노 개런티’ 대공연 소식에 아직도 인기가 여전하다(돈에 연연하지 않는 지난날의 말에 비춰)는 것을 실감한다. 그는 역시 절세의 국민가수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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