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창

대나무는 매화·난초·국화와 함께 사군자(四君子)로 친다. 대나무를 둔 이런 고시조가 있다. ‘나무도 아닌 것이 풀도 아닌 것이 / 곧기는 뉘시기며 속은 어이 비었는 지 / 저토록 사시에 푸르니 그를 좋아하노라’ 윤선도의 오우가(五友歌)다. 오우가는 물·돌·솔·대·달의 다섯 가지 자연물을 벗으로 비한 작품이다.

지금은 소쿠리를 플라스틱으로 만들지만 전엔 대나무 소쿠리였다. 부채도 플라스틱 부챗살이 아닌 대나무살이다. 대나무 소쿠리에 담긴 채소가 더 맛깔스럽고, 대나무 부챗살이 더 시원해 보이는 것은 자연친화의 정서다.

그런데 지금도 대나무 소쿠리며 대나무 부채는 말할 것 없고, 책상·의자·침대 등 온갖 가구를 대나무로 만드는 곳이 있다. 전남 담양군이다. 이 지역의 죽세 공예품은 수출까지 한다. 대를 이어 가업으로 종사하는 죽세공의 장인들이 많다.

물론 담양지역의 대나무 공예품은 지역에서 생산된 대나무로 충당한다. 그러나 약 600㏊의 국내 대나무숲으로는 수요량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해 나머지는 일본이나 대만 등지서 수입한다. 대나무는 춥지않고 비가 자주 내리는 땅에서 잘 자란다.

도심지 밤 거리의 집단 시위에 죽봉과 죽창이 등장했다. 지난 16일 밤 대전서 민노총 화물연대가 벌인 6천여 조합원의 가두 시위에서 시위대가 1천여개의 죽봉과 죽창을 전경대원들에게 휘둘러 마치 전쟁터 같았다는 것이다. 이 바람에 경찰 100여명이 중경상을 입고 99대의 경찰버스가 파손되고 450여명의 시위대가 연행됐다.

시위대들이 만장을 달았던 3~4m 길이의 대나무를 만장은 떼어내고 그대로 죽봉으로 썼거나 대나무 끝을 땅바닥에 내리쳐 갈라진 날을 죽창으로 삼았다니, 대나무 신세가 어쩌다 또 이렇게 됐는지 걱정스럽다.

죽창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 데, 대한민국 건국을 위한 제헌국회 선거를 곳곳에서 방해한 좌익 분자의 유혈 테러도, 그리고 6·25 때 토착 빨갱이들의 집단 학살도 모두 죽창으로 자행됐었다. 윤선도가 죽창을 보면 뭐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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