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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은 동남아시아 지역 10개국으로 구성되어 있다. 1967년 8월에 창설된 아세안은 당초 정치·외교 측면에서의 협력을 목표로 했지만, 1975년 베트남전쟁이 종결되면서 경제 측면에서의 협력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이후 아세안은 회원국 사이의 관세감축과 자동차산업을 중심으로 한 분업구조를 형성해 왔는데, 세계경제 속에서 이 지역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1991년에 제창된 아세안 자유무역지역(AFTA)을 통해서였다.
이후 주로 동남아 역내에서 경제통합을 추진해 왔던 아세안이 한국, 중국, 일본 등의 동북아 국가들과 협력을 강화하게 된 것은 1997년 태국에서 시작된 동아시아 경제위기가 계기가 되었다. 이 위기가 동남아 주변국으로 급속히 확산되는 것을 지켜본 아세안의 지도자들은 아세안과 같은 개도국 중심의 지역협력체제로는 오늘날의 주요 위기에 대해서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없음을 알게 된 것이다. 이후 아세안이 주도하여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가 정례화 되었고 무역, 투자, 금융 등의 분야에 있어서 협력이 강화되어 왔다. 이러한 가운데 우리나라가 아세안과 FTA를 체결하고 특별정상회의를 개최하는 등의 한·아세안 협력이 강화된다는 것은 다음의 두 가지 측면에서 중요한 의의를 갖는다.
첫째, 아세안 국가들과 우리나라는 상호 보완적인 경제협력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우리나라는 인도네시아 등으로부터 원목이나 광물 등의 많은 자원을 수입해 왔으며, 우리의 많은 기업들이 베트남 등에 대한 직접투자를 늘려 왔다. 또한 향후 아세안 국가들의 인프라 건설이나 자원개발에 대해 우리 기업들의 건설능력과 정보통신 기술력이 크게 기여할 수 있다. 그리고 무역이나 직접투자의 측면에서 우리나라와 아세안의 관계가 더욱 돈독해진다는 것은, 우리의 중국경제에 대한 지나친 의존을 완화하는 의미도 가질 수 있다.
둘째, 우리나라가 아세안과 더욱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는 것은 아세안+3 체제의 발전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궁극적으로 동아시아가 미국이나 EU를 능가하는 하나의 통합경제권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이를 강력히 추진할 동력이 동아시아 역내로부터 나와야 한다. 중국과 일본이 동아시아에 있어서 핵심 경제권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양국이 역내에서 끊임없이 주도권 확보 경쟁을 펼쳐 왔다는 점에서, 이들 중 어느 한 나라가 경제통합을 주도하며 다른 나라의 협력을 이끌어낸다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중국과 일본의 협력을 이끌어내며 동아시아 경제통합을 추진하는 역할은 아세안과 한국이 동시에 맡아야 한다. 아세안 국가들은 일부가 중국의 영향력 하에 편입되고 일부는 일본 쪽에 동조하면서, 아세안 단독으로 동아시아 경제통합을 추진하기에는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또한 지난 정부에서의 동북아 균형자 구상이 성공을 거두지 못한 것으로부터 알 수 있듯이, 중국과 일본의 협력을 이끌어내기에는 아직 우리의 역량이 부족하다. 따라서 동아시아 경제통합을 가속화시킨다는 측면에 있어서도 아세안과 우리나라의 협력 강화는 매우 중요하다고 하겠다. /정승연 인하대 국제통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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