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와 자동차

자전거를 살리려면 자동차를 버려야 한다. 지금까진 자동차를 살리느라고 자전거가 버려져 왔다. 근데 이명박 대통령이나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자전거를 살리자”며 야단들이다. 이를 위한 ‘저탄소, 녹색사업’의 구호가 틀린 말은 아니다. 맞다.

그러나 분명한 게 있다. 자동차도 살리고 자전거도 살리는 소속 불명의 녹색사업으로는 죽도 밥도 안 된다는 사실이다. 자전거타기는 전에도 한 번씩 나오곤 했던 얘기다. 많은 돈을 들여 자전거길도 만들어 봤다. 번번이 실패했다. 대통령과 도지사가 또 나선다 하여 안 됐던 일이 되는 것은 아니다. 전국 일주 자전거길을 만든다고 한다. 그러나 자동차를 버리지 않는 자전거길은 만들어 봤자 ‘도로아미타불’이다.

자동차를 버릴 때가 됐다. 버리잔다고 하여 자동차산업을 죽이자는 게 아니다. 자동차산업의 과보호 의존에서 탈퇴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동차 보급이 전국의 가구수를 훨씬 웃돌만큼 확산됐다. 좁은 국토에 여기도 저기도 넘쳐나는 것이 자동차다. 인구 비율로 따져도 미국이나 일본 그리고 독일 등 서구보다 자동차 보급률이 더 높다. 제 돈 가지고 제 자동차 사는 것을 말릴 순 없다.

그러나 알아둘 것이 있다. 자동차를 길바닥에 잠재우는 나라는 우리밖에 없다. 골목길마다 빽빽하게 늘려있는 것이 자동차 행렬이다. 밤이면 주차 전쟁으로 이웃과 원한 사기가 일쑤다. 새벽 청소차가 노상 주차에 막혀 이면도로를 들어가지 못한다. 야간 구급차 또한 응급 환자가 생겨도 못들어가고, 불이 나도 소방차 역시 들어가지 못한다. 밤에만 이러는 게 아니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사정은 낮에도 마찬가지다. 이런데도 불가피한 현상으로 체념하고 있다. 그런 풍물이 이젠 눈에 익어 만성이 됐다. 하지만 우리 나라에 처음 온 일본이나 미국 사람들은 으레 “그래가지고 답답해서 어떻게 사느냐?”고 묻는다.

차고지증명이 없으면 새차를 사지 못하는 새로운 제도를 정부가 검토하다가 만 적이 있다. 선진국에서는 벌써 실시되고 있는 제도다. 그런데 검토하다가 만 덴 연유가 있다. 자동차의 내수 신장을 위해서다. 자동차 수출의 기복이 심한 터에 내수가 위축되면 자동차산업이 타격을 입기 때문인 것이다. 차고지증명을 뗄 수 있는 자동차 수요가는 아마 절반도 넘기가 힘들 것이다. 차를 길바닥에 재우는 형편이어도 살 수 있는 것이 개인으로는 좋을지 몰라도, 사회공익으로 보아선 좋다 할 수가 없다.

차고지증명제 미시행은 자동차산업을 위한 배려다. 외국에서는 감히 생각지 못하는 정부의 과보호인 것이다. 우리의 자동차산업도 이제 제힘으로 발길을 떼기 시작했으면, 자생력을 키우는 것이 경쟁력 강화다. 언제까지나 과보호의 손길을 잡아주는 것은 경쟁력 저해다. 설령, 경쟁력은 고사하고 자생력도 없어 도산하는 업체가 생긴다면 이런 자동차업체는 망하는 것이 마땅하다. 물론 자동차생산업계가 차지하는 경제적 비중은 막대하다. 하지만 경제의 체질을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산업구조의 틀을 건강하게 바꾸는 고뇌의 결단이 필요하다.

정부는 나라안 도로와 우리의 생활구조에 비추어 지금의 자동차 보급 대수가 과연 적정한 가를 진단해보는 기초적 조사를 한 적이 없는 것으로 안다. 사실 자동차가 너무 많다. 특히 승용차는 많아도 너무 많다. 승용차를 줄이는 대신 대중교통 수단을 늘려야 된다.

지금 같아서는 자전거를 타고 싶어도 맘놓고 탈 길이 없다. 인도도 자전거길이 아니고, 차도도 자전거길이 아니다. 차도에 자전거길을 만든다 해도 자동차 홍수에 밀려 또 무용지물이 된다. 그러나 자동차가 줄어들면, 자전거 홍수로 자전거길을 만들지 않아도 절로 트인다. 자전거타기를 권장 안 해도 타는 것이다. 선진국에서 집집마다 자전거 두세 대가 있는 것을 흔히 보는것은 권장해서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도 이젠 이런 선진국형 모델로 가야 된다.

이명박 대통령과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정녕코 자전거타기 운동을 범국민적으로 펼칠 의향이 있다면, 자동차를 버리는 것이 자전거를 살리는 길이다. 자동차도 살리고 자전거도 살리는 어정쩡한 필패의 시책은 ‘저탄소, 녹색사업’이 될 수 없다. 정책은 어차피 선택과 집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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