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호국 영령의 님이시여! 전우가 ‘전우여 잘 있거라!’ 가요의 1절을 삼가 올립니다.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 앞으로 앞으로 / 낙동강아 잘 있거라 우리는 전진한다 / 원한이야 피에 맺힌 적군을 무찌르고서 / 꽃잎처럼 떨어져간 전우야 잘 자라’
그랬습니다. 님들은 그렇게 사라지셨습니다. ‘꽃잎처럼 사라지고, 화랑담배 연기속에 사라진’ 님들이, ‘꽃 같이 별 같이’ 머리에 떠오릅니다. 어찌 최후의 방어선이었던 낙동강 뿐이겠습니까, 한반도는 온통 도처가 전쟁터였습니다. 이름 모를 산하에서 전사한 님들의 시신을 송구스럽게 아직도 다 수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왜 가셔야 했습니까, 장가도 들어 노부모를 봉양해야 할 분들이었습니다. 갓 시집온 신부를 둔 신랑들이었습니다. 새댁의 몸에 유복자를 남긴 젊은 아빠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빗발치는 총탄·작렬하는 포연·총칼이 부딪힌 백병전 속에 산화하고, 괴물처럼 밀려든 T34 소련제 탱크에 포탄을 안고 몸을 던지기도 했습니다. 학도병들도 무수히 산화, 못다핀 꽃으로 사라졌습니다.
왜 그러셨습니까?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였습니다. 님들이 목숨을 나라에 바쳤으므로 해서, 지금의 이 나라가 있어 번영을 이루었습니다. 그런데 부끄럽습니다. 님들의 희생을 이단시하는 무리들이 설칩니다. 님들이 목숨을 버려가며 지킨 대한민국에서 온갖 영화를 누리면서도, 님들이 지킨 나라의 정체성은 부정하는 무리들이 큰 소릴 치고 있습니다.
님들의 노부모는 자식을 잃은 슬픔속에 이미 세상을 뜬지가 오랩니다. 님들의 새댁은 평생을 고통속에 살며 늙고 말았습니다. 님들의 유복자는 아버지 없는 불우한 역경속에 성장해야 했습니다. 이와는 달리, 대한민국에서 벼슬도 지내고, 행세께나 하며 잘 먹고 잘 사는 족속들이 님들의 희생을 욕되게 하고 있습니다.
벌써 6·25가 난지가 59년입니다. 세월은 망각을 가져온다지만 안타깝습니다. 전후세대가 6·25의 비극을 실감치 못하는 것은 그런다 쳐도, 체험세대가 그러는 것은 정말 참고 보기가 힘듭니다.
김일성이 누군지요. 북녘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수상인 내각수반이며 인민군 최고사령관으로 6·25전쟁을 일으킨 동족상잔의 1급 전범이 아닙니까, 이런 전범을 ‘주석’으로 불러주는 세상입니다. 그래도 동포끼리 전쟁을 다시 하지않기 위해 ‘김일성 주석’으로 불러준다 해도, 제 정신은 가져야 할 터인데 정신까지 팔아 먹는 위인들이 적잖습니다.
도대체 김일성 생가라는 만경대의 ‘만경대 정신’이 뭡니까? 평양 만경대에 가서 ‘만경대 정신 이어받아 위대한 통일과업 이룩하자’고 방명록에 쓴 대학 교수란 자를 두둔하기도 하고, 저 사람들의 행패는 보비위해가며 이쪽에서 하는 일은 일일이 트집잡아 나라를 어지럽히는 일부의 세태가, 꼭 오랜 세월탓만인 가를 생각해 봅니다.
어쩌면 작금의 실정이 6·25가 난 직전과 무척 비슷합니다. 6·25를 통한 공산주의 체험은 저들의 이념이 얼마나 모순되는 가를 터득케 했습니다. 만약 지금 또 전쟁이 난다면 저들의 이념에 심취한 남쪽 일부의 족속들이 자기네 생각이 얼마나 허상이었던 가를 깨달아 정신이 들겠지만, 전쟁은 안 됩니다. 평양에서는 여전히 전쟁을 들먹이고 있으나, 동족상잔의 잔혹상은 3년여동안 ‘시산혈하’를 이룬 님들의 희생으로 그쳐야 합니다. 님들의 희생이 이래서 더 존귀합니다.
생각컨대 6월의 하늘은 참 무심합니다. 6·25가 터졌을 당시의 하늘이나 지금이나 다를 바가 없습니다. 하지만 무심정(無心定)이 곧 유심정(有心定)입니다. 6월의 평화를 깨어 연옥으로 만든 전쟁은 못된 인간의 소행이지 하늘의 이치는 아닙니다. 무심한 6월의 하늘이 일깨우는 이치는 이 땅에 다신 전쟁이 없도록 하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무서운 전쟁터에서 산화한 그대로 산야에 묻혀 진토가 다 된 6·25 호국 영령의 님이시여! 비록 진토가 됐을지라도 이 나라 땅이 아니겠습니까, 삼가 님들을 위해 우러러 통곡하오니 이 땅을 지켜주옵소서. 님들에 대한 불충을 자책하며 그 옛날의 전우가 4절을 옮겨봅니다. ‘터지는 포탄을 무릅 쓰고 앞으로 앞으로 / 우리들이 가는 곳에 삼팔선 무너진다 / 흙이 묻은 철갑모를 손으로 어루만지니 / 떠오른다 네 얼굴이 꽃 같이 별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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