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청 공무원 6명 중 1명이 경기도(京畿道)를 한문으로 못쓴다고 하여 화제가 됐었다. ‘한맹’(漢盲)인 것이다.
좀 오래된 얘기다. 도내 한 중학교 축구팀이 자매학교인 일본 어느 중학교 축구팀과 원정 경기를 가졌다. 물론 친선 경기다. 경기는 3-1로 완승을 거뒀다. 여기까진 좋았다. 사단은 경기가 끝나고 나서 벌어졌다.
일본 선수들이 자기 이름과 주소를 한문으로 써주면서 우리 선수들더러 역시 이름과 주소를 한문으로 써달라는 것이었다. 한문을 모르는 우리 선수들은 우르르하고 감독에게 달려갔다. 하지만 한문을 모르긴 감독도 마찬가지였다.
편지로 우정을 나누고 싶어 했던 일본 선수들의 순수한 우의는 이렇게 해서 결국 불발되고 말았다. 우리 선수들은 경기에서는 이겼지만 망신을 당한 셈이다. 일본에서는 자기네 글인 ‘히라가나’에다 한문을 병용해 쓰기 때문에 중학생만 되어도 한문 실력이 상당한 것이다.
한문은 까다롭고 귀찮은 글이긴 하다. 그러나 한·중·일 동양 삼국은 어차피 한문문화권이다. 엄연히 존재하는 한문문화권을 부정한다고 해서 소멸되는 것은 아니다.
전엔 신문에서 한문을 사용하여 신문 읽는 정도의 한문은 상식으로 알았던 것이, 지금은 신문도 한글 전용이 되어 한문 익힐 데를 찾아볼 수 없게 됐다.
한문을 모르는 성인이 어찌 경기도청 뿐이겠는가, 한문으로 쓸줄 모르는 글자가 어찌 ‘京畿道’ 만이겠는가, 자기 부모 이름도 한문으로 쓸줄 모르는 사람이 숱하다. 영어는 외래어도 아니고 얼핏 들어선 무슨 소린지 모를 갖가지 조어를 만들어 쓰는 세태다. 그런데 한문문화권에서 한문은 아주 등한시 한다. 뭐가 잘못돼도 단단히 잘못된 것이다.
컴퓨터를 모르는 ‘컴맹’은 흉이 되면서 한문을 모르는 ‘한맹’은 으레 그러는 걸로 친다. 이 바람에 멀쩡한 젊은이들로 하여금, 알게 모르게 지적 결함을 갖게 만든다. 학교에서 한문을 잘 가르치지 않는 것이 잘못이다. 역대 정부의 교육정책에 문제가 많은 것은 사교육 분야만이 아니다. 한문교육을 소홀히 한 죄가 크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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