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키마우스’의 미소

임병호 논설위원 bhl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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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여자프로골프(LPGA)는 크래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 LPGA 챔피언십, US여자오픈, 브리티시여자오픈 등 한 시즌 4차례 메이저 대회를 치른다. US오픈이 1950년부터 시작돼 역사가 가장 길고, 1955년부터 열린 LPGA 챔피언십이 다음으로 오래됐다. 나비스코 챔피언십은 1983년에 창설됐고, 브리티시오픈은 2001년부터 메이저 대열에 포함됐다.

한국여자골프군단의 LPGA 도전사는 메이저 대회로부터 출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LPGA 무대를 본격적으로 개척한 박세리는 1998년 맥도널드 LPGA 챔피언십에서 첫 우승을 차지한 다음 US오프에선 ‘맨발 투혼’을 보인 끝에 우승컵을 더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그 무렵 많은 여자 어린이들이 박세리의 우승에 감명받아 골프를 시작했다. 이른바 ‘박세리 키즈’의 출발이다. 올해 한국선수단의 6승 중 5승을 거둔 신지애, 오지영 등 우승자들은 모두 1988년생이고, 이들보다 두 살 많은 지은희도 박세리의 전성기 때 골프를 시작해 ‘박세리 키즈’ 중 한 명이다.

박세리는 이후에도 브리티시오픈 등에서 3승을 더해 메이저 대회 5승을 기록했고, 뒤를 이어 6명이 한 번씩 우승을 더했다. 메이저 대회 중 가장 권위 있는 US오픈은 지난해 박인비, 올해 지은희의 연속 우승으로 한국과 가장 인연이 깊은 메이저 대회가 됐다. 2005년 김주연까지 한국선수가 4번 우승했고, LPGA 챔피언십과 브리티시오픈에선 각각 3차례씩 우승컵을 차지했다. 나비스코 챔피언십은 박지은이 2004년 우승한 게 유일하다. 메이저 대회는 박세리를 필두로 1998년부터 7명이 11차례 정상을 차지해 가히 한국 여인천하다.

지난 13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베슬리헴의 소콘밸리CC 올드코스에서 열린 US여자오픈에서 드라마 같은 뒤집기로 ‘메이저 퀸’이 된 ‘미키마우스’ 지은희는 애칭처럼 언뜻 보기엔 약골처럼 비쳐진다. 1m62의 키에 호리호리한 몸매, 얼굴은 다소 창백해 보이지만 체력에선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지은희는 고향 가평에 돌아와 웃음을 지으며 “이왕이면 메이저 대회에서 한번 더 우승했으면 좋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박세리처럼 서너번은 더 우승해 한국과 경기도를 세계만방에 빛내주기 바란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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