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머타임(summer time)제’는 일출부터 일몰까지 낮의 길이가 긴 여름 동안 시곗바늘을 표준시간보다 1시간 앞당겨 일광시간을 유용하게 쓰자는 제도다. 새벽 시간 가운데 1시간을 줄이는 대신, 저녁의 일광 활용시간을 1시간 늘리자는 것이다.
서머타임제는 미국의 벤자민 프랭클린이 양초 절약 방안으로 제안한 것이 시초다. 확산되기 시작한 것은 1·2차 세계대전과 오일쇼크 등 위기 상황에서 에너지 절약의 필요성이 높아지면서부터였다.
1915년 독일에서 세계 최초로 채택한 데 이어 영국, 미국 등이 뒤따랐다. 특히 서머타임제가 도입되기 시작한 20세기 초엔 전력사정도 좋지 않은 데다, 전체 전력소비량 중 조명의 비중이 워낙 높아 에너지 절약 효과가 상당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도 서머타임제를 두번 시행했었다. 1948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6·25 한국전쟁을 제외하고 10년간 실시하다가 1961년 폐지됐다. 당시 우리나라는 표준 자오선을 지금의 동경 135도가 아니라 동경 127도를 사용, 일본(135도)과 시간을 맞추기 위한 것이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두번째는 1988년 올림픽 개최를 맞아 2년간 시행됐다. 이 기간 동안 5월 둘째주 일요일까지 서머타임제를 적용했다.
우리나라는 서머타임제를 시행령 개정으로 도입할 수 있다. 1986년 12월 표준시에 관한 법률을 개정, 대통령령으로 서머타임제 도입의 근거를 마련했다. 법과 시행령이 모두 1개의 조문으로 구성돼 서머타임제 도입시 시행령이 제정되고, 서머타임제를 폐지할 경우 시행령을 폐지하면 된다. ‘표준시에 관한 법률’ 내용엔 표준시를 동경 135도의 자오선을 표준자오선으로 정하도록 했다.
서머타임제는 미국, 유럽 등 세계 80여 나라에서 이미 생활화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백야 현상이 심한 아이슬란드를 제외하면 미시행 국가는 한국과 일본 뿐이다.
문제는 노동계의 반발이다. 내년 여름철, 출근은 1시간 일찍하고 퇴근은 서머타임제 도입 이전과 똑같이 하게 될 경우 노동시간만 길어진다고 주장한다. 여론조사 결과는 조사기관에 따라 찬반 차이가 난다. 서머타임제를 도입할 경우 삶의 질은 올라갈 수 있다지만 노동계의 의견을 전면적으로 무시해선 안된다.
/임병호 논설위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