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커런트 텔레비젼은 앨 고어 전 부통령이 설립자다. 이 방송사 소속 여기자 로라 링(33)은 중국계 미 국민이다. 그가 지난 5일 평양 억류 140여일만에 석방돼 돌아간 귀국 일성 보도가 감격적이다. “언제 노동교화소로 보내질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휩싸였는데 갑자기 불려나가 한 방의 문을 여는 순간,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서 있는 것이 보였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30시간 전만 해도 유나 리와 나는 북한에서 죄수였다”며 눈물을 쏟았다.
미 연방정부는 이번 클린턴의 평양 방문에 돈 한 푼 쓰지 않았다. 어디까지나 클린턴 개인의 인도주의적 비공식 방문 성격으로 국한하기 위해서다. 클린턴이 탄 보잉737 여객기 전세비와 왕복연료 및 조종사 승무원 수당 등 20만달러를 영화 제작자인 스티브 빙이 제공했다. 빙은 클린턴의 오랜 친구다. 비공식 방문이긴 해도 클린턴은 김정일과의 만남을 비롯한 평양 일정을 오바마에게 자신의 관점과 함께 직접 전했다. 오바마에겐 베일속이던 김정일 근래 동향의 목격담은 아주 귀한 주요 정보인 것이다.
외국에 대한 미국의 자국민 관리는 철저한 보호주의다. 억류된 산 사람은 물론이고 죽은 사람도 미국으로 데려간다. 제2차대전의 미군 전사자 유해가 발굴되면 지구촌 어디든 장소 불문하고 찾아가 자기나라 국립묘지에 안장한다. 한국전쟁 당시 북녘에서 전사한 미군 장병 유해 또한 북에 달러를 주어가며 운구해간다. 이같은 자국민 보호는 물론 공식적이다.
미국 국민사회는 세계의 ‘인종시장’으로 불리운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위대한 아메리카 합중국을 이루고 있다. 미 국민이면 공식·비공식이든 피부 색깔을 가리지 않는 연방정부의 전통적 대외 자국민 보호정책이 인종을 초월한 국가건설의 저력이 되고 있는 것이다.
클린턴은 김정일과의 만남에서 한국과 일본 국민이 억류된 현안도 언급한 걸로 알려졌다. 지금 북에 있는 남쪽 사람은 미송환 국군 생존포로, 납북 어민 등을 비롯해 약 500명이다. 이중 현대아산 직원 1명과 연안호 어민 4명 등 5명은 당장 돌아와야 할 사람인데도 못돌아오고 있다. “대북 특사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정부 방침이 과연 능사인 가를 생각해 본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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