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는 자신의 판결이 곧 법의 집행이다. 잘했든 못했든 상관이 없다. 누가 뭐라고 해도 구애받지 않는다. 이러한 권한이 법률로 보장됐기 때문이다.
피고인의 사안에 검사와 변호인이 유무죄를 입증하는 증거를 법정에 제출해도, 증거능력이 있고 없고를 판가름 하는 것은 판사가 마음 먹기에 달렸다. 판사가 증거가 된다고 하면 되는 것이고, 증거가 안된다고 하면 안되는 것이다. 물론 채증의 법칙이란 것이 있지만, 관행적인 것으로 기계적인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다. 판사의 직권에 속하는 증거가치의 판단을 이토록 일임하는 제도를 가리켜 자유심증주의라고 한다.
판사의 직분은 이래서 지고하다. 아무리 거물급 피고인일지라도 법정에 서면 법대에 앉아있는 판사가 무척 커보이는 것은 지고한 직분 때문이다. 따라서 판사직은 지순해야 된다. 외부의 간섭이나 청탁이 없는 재판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판사의 지고성이 권한이라면, 판사의 지순성은 의무인 것이다.
판사는 고독하다. 법정에서의 지고성을 위해 법정밖의 생활 또한 지순성을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사람도 함부로 만나지 못하고 사귀지 못하는 것이 판사의 사생활이다. 예를 들면 술자리도 아무나 같이 하지 못한다. 자칫 잘못하면 오해를 받기 때문이다. 판사들은 명함도 없다. 어쩌다 인사를 나누면서 건넨 명함이 잘못 악용되는 화근이 될 수 있어 아예 명함을 만들지 않는 판사들이 많다.
심지어는 동창회 같은데도 잘 가지 못한다. 친구들도 가려서 만나야 된다. 이에 비해 판사를 그만두고 변호사 개업을 하면 정반대가 된다. 되도록이면 많은 사람을 사귀고 명함도 많이 돌려야 사건 수임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판사직에 있는 동안은 고독해야 하는 것이 판사의 직분이다.
법원내 진보성향의 법관 모임으로 알려진 ‘우리법 연구회’ 소속 현직 판사들 명단이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고법 부장판사급인 연수원 17기에서 초임판사인 37기까지 무려 129명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판사가 개인적으로 어떤 성향을 갖느냐는 것은 양심의 자유다. 그러나 모임에 속하는 것은 판사의 직분에 위배된다. 모임을 해체하든지, 탈퇴해야 할 것이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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