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겨울, 그 어느날의 선술집 이야기

최근 우리경제가 소비·고용 등 여러 가지 지표적인 측면에서 미국 발 경제위기의 터널에서 서서히 벗어나는 조짐을 조심스레 보이고 있다. 참으로 다행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불과 1년도 안된 2008년 겨울 그 어느 날로 돌아가면 지금의 현실이 꿈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물론 여전히 많은 우려들이 존재 하지만 최근 IMF의 한국에 대한 긍정적인 신호에서도 보듯이 우리 한국경제는 터널 탈출의 선두를 달리며 그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이에 대한 요인으로 필자가 생각하기로는 첫째, 외국인들이 금융위기 이전부터 1년여 간 지속적인 주식매도를 한 덕택에 비교적 주식시장이 안정될 수 있었던 점이다. 둘째로는 한국의 투자은행(IB)이 활성화되지 못해 위기의 근원인 파생상품에 크게 노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세 번째로는 수출과 수입의 동반하락에 따른 불황형 흑자이긴 하지만 이로 생긴 무역흑자가 우리나라의 대외신인도와 경제의 총알인 달러를 보유하게 해 주었기 때문이다. 또한 한차례 호되게 겪은 90년대말 외환위기의 경험과 매뉴얼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요인은 바로 정부의 적절한 대응이었다고 생각한다. 정부에는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를 중심으로 우리 무역업계를 비롯한 중소업체에게 자금줄을 과감히 풀고 재정을 확대해 가뭄에 타들어가는 전답에 물을 대 주었기 때문이다. 사실 작년 겨울만 해도 대부분이 외국계 자본인 시중은행들도 자기네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도 버거운 상황이어서 정부의 웬만한 독려에 협조하는데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요즘 들어 경제지표도 중요하지만 만나는 수출업체들이 외국의 오더가 점차 위기 이전의 수준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말을 들으며 이번에야말로 정부가 실물경제를 다루면서 정확한 판단 하에 기민한 행동을 했다는 생각을 해본다. 물론 이러한 정부의 판단과 행동 뒤에는 이를 뒷받침하는 전문가들이 있었음도 부인할 수 없다. 올해 2월에 무협회장으로 취임한 사공일회장은 이미 국경위 재직시절부터 금번 위기의 원인이 금융이므로 금융을 제대로 관리하면 2009년 하반기 정도면 어느 정도 회복이 될 것이라는 가정 하에 그 위기동안 우리 업체들이 버틸 수 있도록 온갖 수단을 동원하고 독려한 바 있다. 또한 세계 각국을 돌며 보호무역주의의 부활을 경계하고 교역 활성화를 통한 위기탈출을 강조하고 있다.

그렇다면 경제위기는 다 끝났는가? 한마디로 그렇지 않다고 본다.

재정지출에 따른 일시적 경기회복일수도 있고 더블딥을 우려하는 사람들도 많다. 작금의 세계경제는 상호의존(Inter-dependent)도가 높아 우리만 탈출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위기의 진원지인 미국과 EU의 경제규모가 너무 큰 관계로 발 빠른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도 그 이유이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우리가 할 일은 무엇인가? 다시 한번 수출의 고삐를 죄어 곳간에 달러를 많이 쌓아놓아야 한다. 원화환율이 저평가된 시점에서의 수출이 아니라, 원화가 강세를 보여도 지속되고 증가되어야할 기술주도형 수출이 필요한 때다. 이를 위해 혹독한 구조조정과 기술개발은 물론 신흥시장에 대한 적극적인 공략이 필요할 때다.

다행히도 IMF에서는 신흥시장의 GDP가 4.7%의 증가를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중국, 인도를 비롯한 아시아 신흥시장의 경우 7%정도의 성장을 예상하고 있고, 원자재 가격상승예상으로 중남미와 CIS국가들의 선전을 예상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 시장에 대한 수출을 강화하는 한편 중장기적인 원자재 확보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아울러 경제당국자와 수출업체들은 이번 사태에서 배운 교훈을 되새겨야 할 것이다. 세계경제위기는 예고 없이 밀려오는 쓰나미 같고 최근 유행인 신종인플루엔자처럼 급속도록 전파되며, 회복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말이다. /윤이중 한국무역협회 경기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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