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인 김대중

임병호 논설위원 bhl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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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DJ) 전 대통령이 향년 85세로 18일 서거했다. 가톨릭 신자인 DJ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고난과 부활을 진심으로 믿고 그 정신을 실천하기 위해 고뇌하는 신앙인으로 살다 갔다.

“나는 온 세상 사람이 예수님을 부인해도 그 분을 사랑하겠소, 나는 모든 신학자들이 예수님이 하나님의 아드님이 아니라 해도 그 분을 믿겠소. 모든 과학자들이 그 분의 부활을 조롱해도 나의 신념에는 변함이 없소.” 1981년 1월17일 부인 이희호 여사에게 보낸 옥중서신 중 일부다.

DJ의 신앙은 1980년대 초 죽음의 위기 속에서 이희호 여사에게 보낸 29통의 편지에 잘 나타나 있다.

사형언도(1980년 9월13일)를 받고 보낸 첫 번째 ~ 다섯 번째 편지엔 자신의 인생에서 예수의 가치가 어떤지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감형조치(1981년 1월23일) 전까지 보낸 편지는 유언의 심정으로 쓴 것으로 글의 절반 이상이 예수 부활과 신앙에 대한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예수님의 부활을 확신하는 것이 현재 나의 믿음을 지탱하는 최대의 힘이며, 언제나 눈을 그 분에게 고정하고 결코 그 분의 옷소매를 놓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1980년 11월21일)

“우리가 하나님께 감사하는 것은 고난 자체를 기뻐하는 것이 아니다. 그 고난 속에서도 하나님이 우리를 위하시는 사랑하는 역사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나님을 믿고 하나님의 뜻대로 바르게 살려는 사람에게 고난은 그를 성장하게 하는 시련은 되어도 결코 불행의 사자는 되지 못한다.”(1980년 12월19일)

DJ는 부활예수의 옷소매를 놓지 않았던 신앙인이었다. 기독교계에선 DJ의 신앙을 “조국의 민주화를 갈망하는 애국심이 배어 있다”라고 말한다. DJ는 “주여, 우리 겨레가 주님의 뜻에 따라 폭력과 파괴를 배제하되 그러나 끈질긴 노력과 전진으로 주님이 주신 권리를 완전히 누릴 수 있도록 그들을 깨우치고 일으켜 주소서.”(날짜 불명의 옥중서신)라고 기도했다. 한국 민주화를 위하여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신앙적인 삶을 살았던 DJ가 하나님의 품에서 영생하기를 기도한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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