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로켓 선진국

임병호 논설위원 bhl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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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최초의 로켓은 고려 말(1377년) 화통도감에서 최무선(崔茂宣·?~1395)이 만든 주화(走火)다. ‘달리는 불’이라는 뜻의 로켓 무기 주화는 세종 30년(1448)에 ‘신기전(神機箭)’으로 발전했다.

신기전은 ‘귀신 같은 기계 화살’이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화약의 힘으로 날아가는 화살이다. 소·중·대 신기전과, 산화(散火) 신기전이 있었다. 로켓의 연료는 화약류 중 가장 오래 전에 발명돼 19세기 말까지 사용된 흑색화약이다. 초석이라고 불리는 질산칼륨에 유황과 목탄을 섞어 만들었다. 영화나 TV 드라마를 보면 말똥을 쓰는 장면이 나오는데 동물의 배설물을 박테리아가 분해하면 질산칼륨이 나온다.

약통에 달린 심지에 불을 붙이면 흑색화약이 맹렬히 타면서 연소가스를 뒤로 분출한다. 화살은 그 반작용으로 앞으로 날아간다. 지금의 로켓 역시 이런 작용, 반작용의 원리를 이용한다. 화살은 로켓이 똑바로 날아가도록 하는 안정막대 역할도 한다. 이 역시 지금의 로켓과 똑같은 비행원리다. 물론 지금의 로켓은 안정막대 대신 꼬리 날개나 전자유도제어장치를 달고 있다.

화약의 힘으로 길이 1m의 화살이 날아가 적을 직접 공략하는 일종의 미사일 같은 소신기전과 최대 700~800m를 비행한 대신기전(길이 5m30)도 있었다. ‘불꽃이 온 사방으로 흩어지는 신기전’이란 뜻의 산화신기전은 1·2단 로켓 구조를 갖고 있었다. 크기는 대신기전과 같으나 대형 폭탄 대신 약통의 윗부분에 소형 폭탄인 소발화와, 작은 로켓엔진인 ‘지화’를 서로 묶어서 몇 개를 넣었다. 1단 로켓인 약통이 다 타면 2단 로켓인 지화가 점화돼 하늘에서 이리저리 날아다니다 마지막에 소발화 폭탄이 폭발한다.

당시 제작된 신기전은 지금 남아 있지 않다. 그러나 복원이 가능할 정도로 자세한 설계 기록이 ‘국조오례서례’의 ‘병기도설’에 남아 있다. 15세기 이전의 로켓 제작 설계도는 세계적으로 신기전 설계도 이외에는 없다. 신기전의 설계 기법은 지금 사용하고 있는 현대식 기계설계 기법과 똑같다고 한다. 1·2단 로켓 무기를 세계 최초로 만들어 발사한 우리나라다. 25일 발사한 ‘나로호(KSLV-I)’가 비록 부분 실패는 했지만 옛 역사를 이어줄 것으로 확신한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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